▲ 현대BS&C(대표 정대선)가 건설공사를 진행하며 하청업체에게 대금 부당 감액과 백지위임장 요구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된 것으로 단독 확인됐다. 해당 하청업체가 공정위에 제출한 서류중 일부. 위에 보이는 서류는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정산 합의서로 현대BS&C 현장소장의 서명이 들어있지만 본사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밑에 있는 서류는 공사와 관련된 모든 권리를 현대BS&C에 위임하겠다는 백지위임장.
[매일일보 성현 기자] 현대BS&C(대표 정대선)가 불공정 거래행위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피소된 사실이 단독 확인됐다.현대BS&C가 하도급 낙찰가격을 고의적으로 낮춰 공사 단가를 낮췄다는 주장부터 공사 관련 모든 권한을 원도급사에 넘긴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계약 시 요구했다는 내용, 산재 사고의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방법도 다양하다.또 <매일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현대BS&C 측 고위 관계자는 해당 하도급사에게 사건이 원만히 해결된 것처럼 행동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충북 청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전문건설업체인 B사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를 했다며 현대BS&C를 지난 4일 공정위 산하 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에 신고했다.신고서에 따르면 B사는 현대BS&C가 지난해 8월 6일 연 삼우F&G 김포 고촌 물류센터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공사 하도급 입찰에 참가, 13억4800만원을 써내 낙찰자로 선정됐다.하지만 현대BS&C은 이 금액이 자신들이 설정한 공사 추정가격 보다 높다며 계약금액 인하를 요구했고 결국 계약금액은 두 차례의 삭감 끝에 당초 낙찰가 보다 4800만원 낮은 13억원으로 결정됐다.이는 ‘경쟁입찰에 의하여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본다’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4조를 위반한 것이다.B사 관계자는 “현대BS&C는 생각한 금액보다 자사 제시안이 높으면 불러서 내리라 하고 그래도 높으면 또 불러서 내리라 했다”며 “갑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강요하는데 따르지 않을 회사가 어디있느냐”고 하소연했다.이에 대해 현대BS&C 관계자는 “낙찰자로 선정한 것이 아니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이며 협상을 통해 금액을 내린 것”이라며 “이 건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정성적 평가가 가미된 ‘협의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했다”고 반박했다.현대BS&C는 또 계약 체결을 앞두고 B사에게 총 9개에 이르는 서면을 요구했다.위임장을 비롯해 보충권 수여증서, 자재 소유권 양도각서, 기성금 직불동의서, 하자보수금 유보 동의서, 타절정산 요청서, 정산합의서, 원인자 부담원칙 이행각서 등이다.이중 위임장의 내용을 보면 ‘위의 사람을 대리인으로 정하여 귀사와의 공사계약, 수금, 정산, 타절 등에 관한 일체의 행위를 위임함’이라고 적혀있다. 사용인감계까지 제출됐으니 백지위임장이나 다름없다.
자재소유권 양도 각서에는 또 ‘귀사의 공사수행 및 손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바 현장에 반입된 아래 자재에 대한 소유권 전부를 포기한다’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모두 B사의 계약상 이익과 항변권 등 모든 권리를 제한 또는 박탈하는 서류로 현대BS&C 측이 직접 서류를 작성해 서명, 제출하도록 강요했다.B사는 계약 체결 이후에도 현대BS&C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B사 관계자는 “공기가 촉박해 인건비와 부대비용 보전을 약속한 현대BS&C를 신뢰하고 영하 10도 이상의 혹한기에도 매달 20일 이상의 야간작업을 수행했고 현장소장과 추가 공사분에 대한 공사대금 지불도 합의·서명했지만 현대BS&C 본사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현장소장의 서명은 대표이사와 동등한 효력을 지닌 것으로 본다는 공정위 유권해석 자료가 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받지 못한 추가 공사대금은 3억원에 이른다고 B사는 강조했다.현대BS&C가 산업재해를 은폐하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B사의 공사 과정에서 모두 8차례의 인명사고가 일어났는데 고용노동부에 정식 신고된 것은 단 2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B사 관계자는 “현대BS&C가 공상 처리해주겠다고 해 나머지 6건의 사고는 사비를 들여 해당 근로자의 진료비와 치료비, 입원비를 지원했지만 보전해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산재 보험료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에 사고 신고를 해야 되는데 이렇게 되면 현대BS&C는 추후 참여할 공공 입찰에서 벌점을 받게 된다”며 “불과 1~2점으로 낙찰 유무가 갈리는 만큼 사고를 숨기고 싶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BS&C는 심지어 <매일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원만히 해결된 것처럼 ‘허위 사실’을 알리려고도 했다. B사 관계자는 “취재가 시작된 이후 합의를 제안해왔다”며 “평소에는 냉담하게 대하던 담당 임원이 직접 전화를 해와 ‘기자들에게는 합의 된 것처럼 말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BS&C 측은 B사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는 입장이다.현대BS&C 관계자는 “위임장 등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B사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간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공사에서 손을 떼 공기지연이 발생, 우리 측 피해가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건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우리도 저가 입찰을 감수하고 뛰어든 공사”라며 “하도급업체도, 우리도 모두 힘들다 보니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