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7주년기획] “경제민주화 관련법안 상당수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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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7주년기획] “경제민주화 관련법안 상당수 ‘무책임’하다”
  • 고수정 기자
  • 승인 2013.06.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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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학회 평가, 성적과 정치경력·발의 참여 의원 수 무관… ‘수치’로 나오는 입법실적 탓

▲ 현오석 “경제민주화=경기회복 양립 가능” 현오석 경제부총리(왼쪽)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덕중 국세청장, 백운찬 관세청장과 함께 한 조찬회동에서 “경제민주화가 경기 회복과 양립할 수 있으며, 또 양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박근혜정부의 핵심 기조인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국회에서 갖가지 규제법안이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법안이 필요성과 정당성·적절성 등에서 ‘부실’하다는 평가가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규제학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씽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2일 공동주최한 ‘2013 한국규제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 교수와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 교수가 발표한 ‘의원입법의 정치경제’ 논문이다.

이들은 “규제개혁적 입장에서 의원발의 규제법안들에 대해 모니터링한 결과 규제품질 수준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가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경제민주화 화두인 ‘갑을관계 재정립’ 등의 명목을 내세우며 일감몰아주기 규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률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내용이 포함된 대부분의 법안들이 규제를 신설할 필요성이 높지 않고,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더라도 규제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보다 높은 수준의 규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경향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제기돼 국회의원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매일일보는 해당 논문의 시각이 다소 보수적이고 기업편향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석 내용 자체가 갖는 의미는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논문의 핵심 내용을 발췌·정리했다. [편집자주]

19대 474건 모니터링 실시

‘의원입법의 정치경제’ 논문 공동발제자들은 19대 국회 개원 이후 지난 2월 말까지 각 상임위원회에 공식적으로 발의된 3356개의 의안 중 ‘행정규제기본법’의 규정에 따른 규제를 포함하고 있는 474건(본회의 통과와 무관)의 의안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했다.

3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규제학회 ‘규제영향분석특별위원회’가 규제신설의 필요성과 정당성·규제예상결과·규제수단의 적절성 등 3개 범주에 따른 10개의 세부항목에 대해 평가(5점 만점)한 뒤 합산해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모니터링 대상 474개의 의안에 평균 점수(5점 만점)는 △규제신설의 필요성과 정당성 2.99점 △규제의 예상되는 결과 3.22점 △규제 수단의 적절성 2.92점으로 다소 낮은 점수를 받았다. 10개의 세부항목 평가에서도 최저 2.71점, 최고 3.42점을 받았다.

논문은 “규제신설의 불가피성, 규제의 합법규성, 부작용의 우려 및 집행비용의 항목에서 전반적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부정비리, 민간부분의 왜곡 및 축소, 민간자율성 및 창의발현의 제약 등 규제 부작용의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규제 수단이 자발적인 준수를 유도하지 못하여 정부부문의 신뢰에 침해가 발생하고 단속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배태한다”고 지적했다.

정당·의정 경험별 규제수준

분석 대상 규제법안 474개 법률안 중 여당인 새누리당이 제출한 법안은 215개, 야당인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226개이며, 새누리당 법률안의 평점은 3.14, 민주당은 2.99로 평가돼 새누리당 제출 법안이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초선의원이 제출한 법률안은 214개로 3.09점을 받으며 재선이상 의원이 제출한 법률안 260개의 3.01점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발제자들은 의정 경험이 규제법률안의 품질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 수와 평가점수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발제자들은 “공동발의 의원들은 해당 법률이 제출되는 과정에서 법안의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공동발의 실적 쌓기에 급급했다”며 “공동발의 의원수가 늘어도 입법안의 품질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규제법안의 점수가 낮은 상임위는 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산업통상자원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로 나타났다. 경제민주화와 노동관련 법안이 규제의 편익이나 부작용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다소 있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생활안전, 식품안전 등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이 반영되어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국정업무를 다루고 있는 안전행정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법률안 점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순효과’ 부르는 모범 6개 불과

논문에는 474개의 법안 중 전반적으로 모범이 되는 규제 법안 6건과 반대로 규제신설의 정당성이나 부작용과 규제의 효과, 규제수단의 적절성 등 전반적으로 규제 품질이 매우 낮은 의안 6건이 제시됐다.

모범법안으로 제시된 의안은 △부동산 투자회사법 일부개정 법률안(김태흠 새누리당 의원)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윤명희 새누리당 의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김영환 민주당 의원) △주세법 일부개정 법률안(김정록 새누리당 의원) 등이다.

이 법안들은 규제 신설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특별한 부작용도 없이 규제의 긍정적인 순효과가 기대되며 규제수단도 적절한 것으로 평가됐다.

‘부동산 투자회사법 개정안’은 부동산투자회사가 최저자본금을 준비한 후 현물출자에 의한 신주 발행을 자유롭게 하고, 위탁관리 부동산 투자 회사의 1인당 주식소유 한도를 확대함으로써 현물출자와 주식의 소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로, 투자 활성화 등 사회적 편익의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쌀가공산업 육성 법 개정안’은 쌀가공업의 신고와 관련된 규정을 삭제하는 의안으로, 규제의 완화를 통해 산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의안으로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대표발의 최재성 민주당 의원) △주택임대차 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대표발의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 △부담금 관리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대표발의 문재인 민주당 의원) △근로기준법 일부개정 법률안(대표발의 은수미 민주당 의원) 등이 제시됐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등록금의 면제·감액 비율을 전체 학생이 납부해야 할 등록금 총액의 25% 이상으로 하고, 성적 우수 학생에게 감면하는 금액이 감면 등록금 총액의 1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으로, 대학운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지적됐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임차인에 계약갱신 요구권 부여 및 갱신되는 임대차 기간 최대 6년, 차임 증액 한도 현 보증금의 5% 이내 제한, 각 시·군·구에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을 담았는데, 재산권 침해가능성과 시장 왜곡 가능성 등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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