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천스님(짜장스님) 이젠 설렁탕으로 봉사 의지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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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천스님(짜장스님) 이젠 설렁탕으로 봉사 의지 밝혀  
  • 차영환 기자
  • 승인 2021.03.31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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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귀한 것들을 복원하는 것이 소명”
부처님 제자 된 도리, “근처 폐사찰과 방치된 석불 복원 계획” 전하기도
예불을 드리고 있는 운천스님
[매일일보 차영환 기자] 화성시 서봉산 서봉사에서 새 출발 알린 운천스님이 앞으로 설렁탕 봉사로 불심을 전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10년 동안 ‘짜장스님’으로 불리며 군부대, 무료급식소, 사찰, 재난현장, 교정시설, 종교행사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종교를 가리지 않고 70만 그릇의 짜장면을 직접 만들어 봉사한 운천스님은 3년 전(2018년 1월) 돌연 조계종 탈종을 선언하고 대중들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구체적인 탈종 이유는 밝히지 않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 이라고만 속마음을 표현해 스님의 봉사활동에 감명을 받은 이들을 안타깝게 한 운천스님이 3년 만에 화성시 서봉산의 폐 사찰 관심사를 서봉사로 이름을 바꿔 재 건립하며 대중들 곁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짜장스님’ 운천스님에게 지난 3년간의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시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법당
Q. 탈종 선언 이후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췄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조계종을 탈종하며 은사 지현스님께는 아직까지 죄송할 뿐이다. 오대산에서 기도생활을 하면서 평소 친분이 있던 스님들을 만나러 이절, 저절을 다니며 짜장봉사를 하는 동안 게을리 했던 불법공부와 수양에 집중했다. 운천이라는 승명외에 동네에서는 正道(정도)스님 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수행과 봉사, 불계와 속계, 옛것과 새것, 사찰과 신자 모든 관계와 행동에서 정신을 차리고 중심을 잡아 길 위에 서는 것이 승려의 역할임을 政道(정도)로 불릴 때 마다 상기하게 된다. Q. 조계종 탈종 당시 정확한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밝힐 수 있으신지 모든 게 나의 수행이 부족했던 탓이다. 지나고 보니 더 크게 생각하지 못한 불찰임을 깨달았다. 탈종했어도 부처님의 제자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폐가가 되어 있는 서봉사 절터
Q. 재 건립 중인 서봉사는 어떤 사찰인지 조계종은 떠난 뒤 방랑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俗家(속가) 형제와 누이들의 도움으로 폐 사찰이 된 관심사를 매입하게 됐다. 마을분들로 부터 관심사는 백제시대 때부터 있던 절이라는 말을 듣고 귀한 절을 복원하는 것이 불자 된 자의 도리라고 생각해 복원 발전시키려고 한다. 오래된 절터를 복원해 그동안 관심을 가졌던 고려불교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라는 의미로 연을 닿게 해주신 것 같아 ‘고려불교 서봉사’로 이름을 지었다. Q. 서봉사에서 앞으로의 계획은 조계종을 나오고 난 뒤 짜장봉사는 조계종이 이어가고 있다. 누가 하던 필요한 사람들에게 짜장면을 만들어 나누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서봉사에서는 짜장 보다 설렁탕을 만들어 나누려고 한다.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더 좋아 하시기도 하고 기력을 복돋아 줄 수 있는 설렁탕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또 설렁탕은 필요하신 분들은 냉동실에 얼렸다가 드실 수 있어서 남으면 담아 드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봉사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마을 주민들과 계획 하면서 절 주변에 봉사에 필요한 농작물을 재배하려고 한다. Q. 설렁탕에는 고기가 꼭 들어가야 하는데 스님이 다루시기 곤란한 음식이 아닌지
드시는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님들만 먹지 않으면 된다. 설렁탕을 맛있게 드시고 기운이 나시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서봉사 절이 완성되면 모실 부처상들 
Q. 서봉사를 건립하면서 총무스님도 합류 하시고 다른 스님들도 더 오실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설렁탕 봉사활동을 위한 것인지 조계종을 탈종하고 3년을 방랑하며 ‘중이 절을 떠나면 갈 곳이 없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됐다. 사회복지를 전공했기 때문인지 곤란에 처한 스님들에게 관심이 많이 가게 된다. 각각의 사정으로 절을 떠난 스님들은 부담 갖지 말고 함께 살자고 청하고 있다. 오시고 싶은 스님들이 계시면 오셔서 종단을 초월해 기도, 봉사, 농사 등 하시고 싶으신 걸 함께 하시면 된다. 봉사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다른 스님들께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총무스님은 침술에 밝으셔서 침술 봉사를 하실 예정이다. Q. 근처 다른 사찰도 복원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셨던데 서봉사에 오니 또 다른 폐사찰로 인연을 끌어 주시고 있다. 작년 연말에 가재리 주민분이 근처 국방부 땅에 방치된 석불을 모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설 다음날 석불이 계신 청룡사에 가보니 차가 갈수 있는 길이 없어서 무거운 석불을 모시지 못하고 돌아왔다. 다음날 하가등리 이장님과 동행해 다시 올라갔다. 이장님이 예전에 청룡사 주지스님께서 “마을이 보이는 곳에 부처님을 모시고 기도를 올리고 있으니 마을이 조용하지 내가 떠나면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 실제로 스님이 돌아가시고 소각장이 들어오며 마을에 시끄러운 일이 많이 생겼다. 방치된 석불을 보니 불자된 마음에 죄송스럽기 그지없었다. 부처님 제자 된 자의 소명이라 생각하고 석불을 모셔오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꿈에서 부처님이 “자리를 옮기지 말고 복원하라”고 말씀하셨다. 해서 지금 복원할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국방부 땅이나 군사시설도 없고 근처에 군 골프장만 있으니 복원하고 관리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군에 부탁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도 마을 절로 관리하고 싶다며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다. 관심사는 서봉사로 복원하고 있으니 청룡사는 서봉암으로 복원하고자 한다. 올해는 석불이 안치된 지 30년이 되는 해 이다.
운천시님이 절을 찾아온 지인들과 주변 쓰레기를 치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운천시님이 절을 찾아온 지인들과 주변 쓰레기를 치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Q. 가벼운 질문 하나 드리겠다. 마당에 강아지들이 귀여운데 어떻게 인연이 되셨는지 키우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맡기고 갔다. 귀여운 놈들이 오갈 데 없이 되는 게 측은하게 느껴져 맡아두고 키우고 싶은 분이 있다면 보내고 있다. 네 마리가 있었는데 한 마리는 키우고 싶다는 분이 데리고 가셨다. Q. 폐 사찰 복원, 절을 떠난 스님들께 함께 살기를 청하는데 이어서 설렁탕 봉사까지...쉽지 않은 일들을 하시려는 것 같은데 다들 한때 소중했던 것들이고 소중했던 분들이시다. 지금 잠깐 방치되고 어렵게 있지만 그 본질은 여전히 소중한 것들이고 소중한 분들이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복원해서 다시 찬란해 지기를 바랄 뿐이다. 스님들께는 도움을 드린다는 생각도 아니다. 함께 살고 함께 수행하면서 나도 배우고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무념무상속에 법종을 울리는 운천스님
Q.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조상들에게 아름다운 강산을 물려받았는데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하는 고민에 산업폐기물을 비롯한 각종 폐기물과 음식물 쓰레기 등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이 간다.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강산을 물려주기 위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 또 하나는, 예전에는 ‘정’이 있어서 힘들어도 나누면서 살았는데 지금은 풍부하지만 개인적인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누구나 공유하고 행복해지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자비종자’ ‘나눔실천’을 언제나 되뇌이고 있다. 실천하지 않는 불교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나 혼자라도 실천하며 살고 싶다. 한편, 서봉사에 운천스님과 함께 계시는 법융 총무스님은 경주 충효사에서 출가한 뒤 포항 청룡사, 경주 사천왕사, 성남 용화사 등에서 주지를 역임한 뒤 개인수행을 하던 중 운천스님과 뜻이 맞아 총무스님 직을 맡게 됐다. 법융스님이 침술 봉사를 할 때 인연을 맺은 불자의 소개로 운천스님과 만나 뜻을 함께 하고 있다. 네팔이나 티벳 등 불교국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법융스님은 비침(코침)과 목, 허리 디스크등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리는 봉사를 하고 있다. 법융스님은 침술 봉사와 함께 절의 안살림을 돌보면서 운천스님이 맘 편히 봉사할 수 있도록 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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