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감소하더라도 고객에 진정한 가치 제공"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경영 거품 빼기 총력
‘남중수號’가 돛을 올렸다. KT는 19일 임시주총을 열고 남중수 사장을 선임했다. 남 사장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2년6개월 동안 민영2기를 이끌게 된다.
따라서 남중수 사장 체제는 민영2기를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사에서 남중수 사장은 고객의 눈으로 시장을 바라볼 것과 주인의식 및 열린문화를 강조했다.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신성장엔진을 찾을 수 있으며, 임직원 개개인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질 때 자부심과 열정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을 수용하며 결론에 도달한 후에는 모두가 함께 집중하는 열린문화가 있어야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남중수 사장은 “수익성?성장성과 함께 공적?사회적 역할을 동시에 감당해 고객의 신뢰를 쌓겠다.”며 “공적?사회적 역할은 지속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소중한 경영자산이다.” 라며 KT의 공익적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취임식은 형식면에서도 향후 KT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취임식에는 KT임직원 외에도 네스팟 이용자 정기환씨(학생), 인터넷 활용 농업인 최인모씨, 아름다운가게 황진신씨(분당점 점장), KT 광고모델 전제덕씨, 개인주주 최찬영씨(자영업), 청각장애아 소리찾기 프로그램 수혜자 이다솜 학생, 프로게이머 강민씨(KTF)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남중수 사장은 단상에서 원고를 낭독하는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영상이 가미된 프리젠테이션으로 취임사를 진행해 참석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남중수 사장 등 민영2기 경영진의 화두는 `경영의 패러다임`전환. 남 사장과 전 임원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원주에서 `집행임원 전략 다이얼로그`를 갖고 경영의 중심에 `고객`을 두기로 했다. 이는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KT 전 임직원의 마인드를 바꾸고, 이에 맞춰 틀도 바꾼다는 것.
KT의 이같은 경영방침은 외형확대를 위한 허수 경영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KT는 회사가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하면 상품을 만들어 놓고 이를 무조건 팔도록 하는 밀어내기식 영업을 해왔다"며 "이제는 진정 고객이 원하는,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정립하고 이에 맞춰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맞벌이 가정에서 일반 유선전화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은 전화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무조건 `전화를 팔아라`고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이용해 가상의 전화번호를 주고, 이 번호로 전화가 오면 부부의 이동전화로 자동 연결되도록 하는 상품을 개발한다.KT 관계자는 또 "영업체계와 방식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할당량 중심의 영업방식에 따라 영업인력들은 주변의 친인척들을 괴롭히는 개인고객 중심의 영업을 해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이같은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앞으로는 가정고객보다 기업고객에 타겟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담당자들이 기업들이 필요한 것과 애로점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컨설팅을 해주면서 필요한 상품을 적기에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KT는 또 그동안 수익이 나지 않으면서도 유지해왔던 사업들을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왔다. ISDN(종합정보통신망), 위성인터넷, 도서지역 서비스 등이 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는 아직 많지는 않지만 가입자들이 존재하고, 보편적서비스사업자로서의 의무로 인해 사업자체를 정리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KT는 또한 외형확대를 위한 출혈경쟁도 지양하기로 했다. 남 사장은 "KT가 시장을 혼탁하게 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PCS재판매 영업도 출혈을 하면서까지 가입자 늘리기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KT는 이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로 거품이 꺼지면서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KT는 유선통신시장의 침체, 이동전화 성장의 와중에서도 통신업계 매출1위를 통해 자존심을 유지해왔다.취임식 후에는 클래식 공연과 다양한 이벤트가 포함된 리셉션이 진행됐다.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이승연씨(39세, 주부, 행당동)는 “ KT가 막연히 큰 기업이라고만 느꼈는데, 취임식을 통해 고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변화하는 KT의 모습을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취임식을 지켜본 KT 직원 최만규씨(40)는 “개인이나 가족이 주인인 재벌기업과 달리 나를 포함한 3만8천 임직원 개개인이 주인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며 ”회사를 위한 일이라면 작은 변화라도 내가 먼저 시작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