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국내 사업자 리더십 변경…서비스 진출 준비
이통3사, 디즈니+와 IPTV 제휴 물밑 협상
KT·LGU+ “대화 중”…제휴 거리 둔 SKT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글로벌 미디어 공룡 기업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운영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제휴를 위한 막바지 ‘물밑 협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서비스가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늦어도 올 3분기 내에는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아시아태평양지역(APAC)은 최근 디즈니코리아 대표로 오상호 전 디즈니스튜디오 사업부 전무를 선임하고, 다이렉트 투 컨슈머(DTC·Direct-to-Consumer) 사업부 총괄로 김소연 전 소비재 사업부 상무를 선임했다. 디즈니플러스 국내 출시를 앞두고 리더십을 변경해 맞춤형 전략을 세우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루크 강 월트디즈니 컴퍼니 APAC총괄 사장도 최근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 전략으로 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 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이 임박하자, 이통3사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이통3사는 앞서 인터넷(IP)TV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바 있다. 미디어 시장에선 넷플릭스와의 제휴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여기고 있다. 유료방송사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제휴는 고객 확보 목적보단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KT와 LG유플러스 IPTV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 경쟁력도 넷플릭스 못지않기에 이를 확보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는 모양새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픽사·마블·루카스필름·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출시 1년 4개월 만에 유료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통3사 입장에선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가 자사의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하락을 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디즈니플러스와 이통3사의 제휴는 현재까지 공식화된 내용은 없다. 다만 각 사별로 제휴에 관한 온도차가 관측되고 있다.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은 최근 미디어 전략 발표 간담회에서 “루크 강 월트디즈니 아태지역 총괄 사장과 협력관계를 논의하고 있다”며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말을 잘해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최근 “아직 제휴가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디즈니와 (협약 관련)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협상 진행 여부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제37기 정기 주주총회 직후 “디즈니 쪽에서는 (자사의 OTT인) 웨이브를 경쟁상대로 보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가 KT와 LG유플러스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디즈니는 오는 30일부터 웨이브 월정액서비스로 제공되던 자사의 주요 콘텐츠 제공을 중지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제휴만큼 디즈니플러스와의 협업이 미디어 산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출시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조만간 협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