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정비지수제 개선, 인허가 기간 단축 등 유력
집값 급등 막으려면 입주권 거래 제한 주장 나와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태세다. 이르면 이번 주 내 재개발 규제 완화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난색을 보였던 정부가 최근 들어 민간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오 시장은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추가 규제 대책을 함께 발표해 부동산시장 충격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예정이다. 하지만 그의 계획처럼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이 조만간 발표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대책에 재개발 지역의 노후도, 주민 동의율 등을 따져 점수를 매긴 후 사업 추진을 결정하는 ‘주거정비지수제’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7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의 주택공급 확대 의지를 밝힐 수 있는 재개발 대책을 준비 중”이라며 “주거정비지수 개선 등을 포함한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일주일 또는 열흘 내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거정비지수제는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이 2015년 도입했다.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려면 30년 이상 된 건물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하고 동시에 노후 건물 연면적이 60%를 넘어야 한다.
또 소유자 3분의 2 이상,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2011년 박 전 시장 취임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한 서울 시내 뉴타운·재개발 구역이 직권 해제됐고 이곳에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노후 건물 비율 등을 충족시키기 어려워졌다.
정비구역 지정 기준을 손보는 것만으로는 사업 활성화는 어렵다. 이렇다 보니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층수 제한 폐지 등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해 민간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규제 완화 폭은 앞으로 더 넓어질 수 있는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공급 확대 방안을 언급하면서 ‘2·4대책’과 함께 “민간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노형욱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마찬가지. 노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함께 민간주택관련 협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공공주도 공급사업뿐 아니라 민간공급 활성화를 위해서도 제도 개선사항을 적극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인한 서울 집값 급등을 억제할 수 있는 ‘묘수’가 있냐는 것이다. 현재 집값 급등과 투기수요 방지 방안에는 기부채납 비율 조정,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이 담길 것으로 점쳐지지만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는 조합원들의 입주권 전매 제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입주권 거래가 불가능한데 이를 추진위 단계로 앞당기면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정부와 서울시의 논의를 통해 충분히 제도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아울러 시장에서 입주권 전매 예외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가 없는지 철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의 의견도 비슷해다. 장 본부장은 “정부는 2·4 대책과 같이 대책 발표 이후 주택이나 토지를 취득한 사람에게는 주택 등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하게 한다면 투기성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