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체계개편안 비판 쏟아져... “근본적 해결 없이 기득권에만 매달려”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금융위원회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본질을 간과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개편의 핵심인 금융감독의 독립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지난 23일 금융위는 실질적인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내년 2분기까지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분리 독립해 검사권과 제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금융감독 체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원은 금융민원 및 분쟁 조정 처리 등 금융소비자보호 인프라 구축과 금융상품 판매 관련 영업행위 감독 등을 맡게 될 전망이다.여기에 더해 금융위는 24일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생기기 전 1년간 소비자 관련 업무에 대한 사전 작업을 수행할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도 이르면 이달 말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은 두 개 팀으로 이뤄지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 개정과 금융소비자보호 종합계획 수립 등을 추진하게 된다.그러나 금융위의 이번 금융감독개편안은 인사권이나 조사권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않은 기구를 나열하고 있어 속 빈 강정일 뿐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실제 현재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 초대 단장으로는 이호형 금융위 국장이 내정돼 있고, 금융소비자보호원장은 금융위 상임위원이 맡게 돼 인사권에 있어서 이 기구들은 기존의 금감원과 차별성이 없다.또 금융소비자보호원의 경우 단독조사권은 예외적으로만 인정되고 있을 뿐이고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은 법안 개정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어 조사권이 전혀 부여되지 않는다.
이에 시민단체와 야권에서는 정작 개편 대상이 돼야 할 금융위가 개편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 보니 하부조직을 물리적으로 늘리는 식의 보여주기 식 개선안만 발표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이기웅 경제시민실천연대 부장은 “이 개선안의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정책과 감독의 분리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저축은행 사태 등은 금융기관의 수익성 보장을 위한 산업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모두 금융위에서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이 부장은 이어 “금융소비자보호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당 기구가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로부터 분리돼야 한다”며 “독립조사권과 인사권이 보장되지 않은 기구를 늘리는 것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도, 체제계편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23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개편안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담은 것이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설립한다는 업무보고에 불과하다”며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동시에 관할하는 한, 실효성 있고 독립적인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설립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글로벌 금융위기·저축은행 사태 등에서 노출된 현 금융감독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금융 감독기능이 경기부양이라는 금융정책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인데, 이런 문제의 해결은 제쳐 놓은 채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확보에만 매달렸다는 것이다.이에 금융위 측은 아직은 개편안인 만큼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금융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주요 기조에 맞춰 금융소비자보호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기관들이 무조건 금융위의 하부기관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다.또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의 경우 안전행정부 소관이니만큼 관계부처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것”이라며 아직 실패 여부를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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