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경찰이 입회한 교통사고 건에 대해서만 보험처리가 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국토부는 29일 피해가 가볍더라도 경찰의 사고증명서 없이는 입원이나 치료를 위한 교통사고 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보험 표준 약관에 명시하는 쪽으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현재는 교통사고에 의한 부상이 가볍고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면 경찰에 따로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또 교통사고로 인한 입원이나 치료 등의 보험금을 청구할 때도 의사의 진단서만 제출하면 된다.이에 국토부와 보험업계는 교통사고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현재의 풍조가 교통사고와 보험사기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어 금융위원회나 경찰청 등의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제도개선과 법 개정을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손보협회 관계자는 “교통사고 시 경찰 입회 건에 한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손보업계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오던 것”이라며 “이번 안이 통과되면 보험사기 사전 예방과 적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행정력 낭비와 함께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관계부처와의 조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금융위 보험과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와 금융위 간 사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해당 안대로 개정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도 검토하지 못한 상태”라며 “국토부에 연락을 넣고 있으나 아직 연결 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경찰청 조사과 관계자도 “원론적으로는 범죄의 사전 예방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시스템상에서는 불가능한 개정안”이라며 “탁상행정으로 행정력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보험업계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금융소비자단체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보험사들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경찰 입회를 필수적으로 요구한다면 앞으로 소비자들은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행정력을 보험사의 편의를 위해 쓰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조 대표는 이어 “국토부의 이번 안 대로라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병원에 실려와 치료를 받는 도중에도 보험료를 받으려면 경찰 입회하에 서류를 작성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최봉기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자동차보험팀장은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시의 분석과 타당성 분석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최종안을 내놓겠다”며 해당 개정안을 보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