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8월 초 휴가철 이동 후속 영향 확진자 증가
델타 변이 기승… 고강도 거리두기 방역 효과 미비
코로나19 집중하다가 기타 질환 치료 지연 우려도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으나 전문가들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내다봤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규 확진자는 2223명이다. 2223명 자체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종전 최다 기록은 지난달 28일의 1895명으로, 이보다도 328명이 더 많다.
또, 발표일 기준으로 지난 주말이었던 7일부터 이날까지 닷새 연속 요일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달 5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주간 지역 발생 확진자는 하루 평균 1694.4명에 달한다.
확진자의 60∼70%가 집중된 수도권의 경우, 일 평균 지역 발생이 1027.7명으로 직전 주(7.29∼8.4) 935명보다 92.7명이나 늘었다. 비수도권 역시 509.3명에서 666.7명으로 급증했다.
델타 변이 검출률도 매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1주간(8.1∼7) 국내에서 주요 4종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는 총 2641명이며, 이 중 델타 변이가 2555명으로 전체의 96.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델타 변이가 확인된 검출률은 73.1%로 나왔다. 델타 변이 검출률은 최근 3주간 48.0%→61.5%→73.1%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델타 변이 검출률도 48.2%→62.9%→71.1%로 가파르게 올랐다.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이동량이 줄지 않은 점도 확진자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주(8.2∼8)간 비수도권의 주간 이동량은 1억2070만건으로, 일주일 전(1억2068만건)보다 0.02% 증가했다. 비수도권 이동량은 지난 7월 중순부터 연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의 이동량 감소 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박 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지난주 전국의 이동량은 그 전주와는 유사한 상황이었지만, 3차 유행이 감소했던 올해 1월과 비교하면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고 전했다. 정부도 7월 말, 8월 초에 휴가철 이동의 후속 영향으로 인해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수도권에서는 거리두기 최고 수준인 4단계 조처가 5주째, 비수도권 역시 3단계 방역 대응이 이뤄지고 있지만 뚜렷한 방역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양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정점이 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정점 없이 유행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 2000명대는 예상했던 수치다”면서도 “아직 신규 확진자 수의 정점은 오지 않았다. 다음 주나 그다음 주에 정점에 도달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비수도권의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정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확진자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유행 상황이 정점에 이르렀는지 묻는 질의에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금주 추이를 더 보면서 평가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손 반장은 “수도권의 경우 지난주까지 한 2∼3주 동안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이를 보이다 지난 주말부터 다시 유행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코로나19 환자 외에 다른 질환의 중환자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사망률이 높아지게 된다. 또, 병상이 부족하고 의료진이 환자를 볼 수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병상 가동률이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600명 이상 확진이 며칠만 되면 병상 부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