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운송차질로 재고 늘어나…삼성전자・LG전자 가전사업 실적 둔화 우려
가정용전자제품 수입 증가 등 내수시장 경쟁심화에 원재료값 상승 부담도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코로나19발 펜트업 수요 수혜를 봤던 ICT 업종 경기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4분기 반도체 메모리 시황 하락 전망에다 가전산업은 물류난에 따른 운송차질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내수시장에서 수입산 유입 증가에 따른 경쟁심화 및 원자재가격 상승 부담이 겹쳐 경기하락에 대한 경계감이 각종 경제지표로 나타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물류 차질 등의 여파로 가전제품업체들의 재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15조8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지만, 반도체와 모바일사업의 호실적에 비해 가전사업은 주춤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고 스마트폰 역시 갤럭시Z 시리즈 판매 호조로 실적에 보탬이 됐으나 가전 부문은 물류비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코로나19발 펜트업 수혜가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었다. 지난 2분기말 기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재고 수치는 이미 전년동기대비 늘어난 상태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반도체 수요 강세에 적극 대응해 출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재고는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늘어난 재고는 가전사업 등 여타 사업 부문에 해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도 모바일 사업에서 철수한 뒤 재고 수치는 주력인 가전사업에서 기인한다.
최근 다수의 경제지표는 이러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3분기에 시황과 매출액이 모두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전분기 대비 증가, 0에 근접할수록 감소를 의미한다. 3분기 시황은 93으로 전분기 대비 4포인트 감소했다. 매출액은 93으로 7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특히 호조세를 지속해온 수출과 달리 내수BSI가 1분기 90, 2분기 99, 3분기 91로 내내 100을 밑돌았다. 부문별로 보면, ICT 전반적인 전망은 반도체에 힘입어 양호한 편이지만 가전만은 부정적이다. ICT부문 매출현황 BSI는 2분기와 3분기 모두 101을 기록했다. 하지만 세부 업종별로 가전이 2분기 92에서 3분기 78로 14포인트나 감소하며 부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사한 ICT분야 종합경기 실적BSI는 지난달 85로 전월 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전망BSI도 89로 9월 대비 악화될 것이 예측됐다. 이 지수는 전월을 기준(100)으로 당월 기업경기에 대한 업체들의 응답을 수치화한 것이다. 100인 경우 전월과 동일, 100 초과인 경우 개선, 미만인 경우 악화를 의미한다. 9월 실적BSI가 나빠지는 배경으로는 내수, 경쟁심화, 자금조달 악화 요인이 꼽혔다. 부문별로 전자부품 실적BSI가 8월 103에서 9월 100으로 떨어졌다. 또 통신 및 방송기기 실적BSI가 같은 기간 85에서 84로 하락했다. 영상 및 음향기기 실적BSI는 8월과 9월 68 동일수치를 유지했으나 지난 4월 105 정점에서 5월 81, 6월 78, 7월 68까지 떨어져 부진한 보합세를 보인다.
경기 부진 요인으로 꼽힌 내수와 경쟁심화 요인은 서로 연결된다. 올들어 9월까지 누적 기준 전자전기 수입이 18.2%나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같은 기간 산업용전자가 15.8%, 가정용전자가 23.3%, 전자부품 18.4%의 수입 증가율을 보였다. 수입이 늘어난 데는 원자재 가격 및 달러화 가치 상승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요인은 제조사들의 원가부담을 가중시켜 제품 생산에 대한 채산성 악화 우려도 낳고 있다.
한편, 최근 주요 정당에 경제계 제언을 전달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은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 내수진작 모멘텀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해 관심을 끌었다. 대한상의는 “긴급대출,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고비는 넘겼으나 내수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며 “우리도 내수진작을 위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시행 중이나 활성화가 미흡해 소득공제 지원요건을 완화하는 등 경제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