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저쪽 ‘줄서기’ 나섰다가 양쪽에서 ‘팽’
국보법 존폐 놓고 이중 발언 눈총…진보-보수 ‘미운털’ 콕 박혀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소신’(?)…열흘 만에 입장 급선회, 속내는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취임 한 달째를 맞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사퇴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현 위원장은 인권위원장 내정 초기부터 지금까지 ‘인권 비전문가’라는 이유로 진보단체의 끊임없는 사퇴요구에 시달려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현 정부의 보직인사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보수진영 단체들마저 현 위원장의 사퇴 촉구운동에 가세하는 등 인권위를 둘러싼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권위 내부에서도 “신임 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 같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가 오랜만에 한 마음 한 뜻(?)을 품은 데는 최근 현 위원장이 국가보안법 존폐를 두고 잇따라 ‘말 바꾸기’를 한 것에서 기인한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현 위원장이 한 인권단체의 요청으로 ‘자격검증 공개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 발송했던 것이 지난 4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연출되게 됐다.손바닥 뒤집듯 ‘이랬다 저랬다’
당시 현 위원장은 인권단체에 보낸 답변서에서 “인권위가 2004년 국보법 폐지를 권고했듯이 앞으로도 국보법 폐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이유로 국보법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보수단체들에게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대한민국재향군인회, 뉴라이트전국연합,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진영 단체들은 지난 7일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현병철 신임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재향군인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이는 북한 노동당 간부가 한 얘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정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의 망언”이라며 “국가보안법은 글자 그대로 대한민국의 체제를 수호하고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법이다. 현 위원장은 국보법 관련 발언을 즉시 철회하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뉴라이트전국연합도 현 위원장에게 질타를 가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은 우리의 체제와 번영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회 각계 원로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을 규합하여 ‘국가인권위원장 사퇴 촉구 범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임을 미리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국민행동본부 역시 “적당한 시간 내 해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우리 애국시민들은 현병철 사퇴 운동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오락가락 행보 종착지는?
그러나 당분간 진보단체는 물론 보수단체들의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요구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 뉴라이트전국연합 한 관계자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현 위원장 사퇴촉구 대책위가 꾸려지는 것이 당분간 보류되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사퇴운동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 위원장이 국보법 존치가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힌 만큼 앞으로의 행동에 더욱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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