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IT공룡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시 의무를 여러 건 위반해 각각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혁신을 상징하는 IT업계 대명사로 커왔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재벌 그룹들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공시이행 점검 결과’(71개 기업집단 소속 2612개사 대상)에 따르면 자산 기준 재계 순위 27위인 네이버는 총 3건의 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돼 과태료 총 1267만원을 부과 받았다.
대규모 내부거래와 관련해선 네이버 소속 리코가 유가증권 거래 내역을 늦게 공시해 307만여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네이버 소속 세미콜론스튜디오는 회사 개요, 재무·손익 현황, 해외 계열사 현황, 계열사 변동 내역 등이 담긴 기업집단 일반현황을 지연 공시한 사실이 적발돼 3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네이버 소속 비상장회사인 마크티는 최대주주의 주식 및 임원 변동 현황 등 소유지배구조 사항을 공시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640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특히 공정위의 점검 결과 비상장사 중요 사항 공시 의무를 위반한 사례는 11개 기업집단의 17건으로 파악됐는데, 네이버만 유일하게 공시를 아예 하지 않아 가장 많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나머지 16건은 모두 지연 공시였다. 네이버는 2020년도 공시이행 점검 결과 때도 비상장사인 스노우의 소유지배구조를 지연 공시한 사실이 적발돼 268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바 있다.
재계 18위 카카오는 총 6건의 공시의무를 위반해 3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이중 대규모내부거래 공시 의무를 3건 위반했다. 카카오 소속 디케이테크인, 사나이픽처스, 아산카카오메디털데이터는 각각 자금 또는 자산거래를 지연 또는 누락 공시해 총 3108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카카오 소속 케이앤웍스, 키즈노트는 임원, 이사회 등의 운영 현황을 지연공시해 총 272만원, 비상장사인 메가몬스터는 소유지배구조를 늦게 공시해 3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번 공시 위반이 적발되면서 비대해진 두 기업이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경영 방침이나 내부 분위기를 외부에 극단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폐쇄성도 함께 개선 사항으로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 때 혁신의 상징이었던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이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대규모 내부 거래, 경영에 관한 주요 사항, 지배구조 등에 대한 공시의무를 위반하는 등 재벌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며 “두 기업들의 자정작용과 더불어 관리감시를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