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반대로 조선 빅딜 무산되며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우려 커져
캐나다·스페인 항공사 M&A 무산시킨 전력도 있어 불확실성 증대
공정위도 기업결합 조건 슬롯 반납 제시...대한항공, 의견서 고민 중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국가 기간산업 빅딜이 암초를 만났다. 국내 조선사 1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유럽연합(EU)의 승인 거절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국내 항공사 1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에도 불통이 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은 공정위를 비롯해 EU·미국·중국·일본 등 필수신고국과 영국·싱가포르·호주를 포함한 임의신고국 등 7개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해당 국가들이 특정 노선 독과점에 따른 경쟁 제한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최근 LNG 운반선 시장 독과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외국 항공사 합병에서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캐나다 항공사 1위 에어캐나다와 3위 에어트랜샛의 합병, 스페인 1위 항공사 IAG와 3위 에어유로파 합병을 모두 승인하지 않은 것. 이유는 단 하나, ‘독과점’이었다. 특히 EU는 스페인 항공사가 자국 항공사나 다름없는데도 예외 없이 엄격한 기준을 지켰다.
이같은 전력 때문에 이번 항공 빅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독과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국제선 여객수송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세계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이며, 통합할 경우 세계 7위 대형 항공사로 탄생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깐깐한 심사가 이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최근 공정위는 인수·합병 조건으로 공항 슬롯(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을 내걸었다. 대한항공이 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서를 오는 21일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조선업계와 항공업계의 경쟁 환경이 판이하기 때문에 두 건의 빅딜을 같은 선상에 놓고 봐선 안 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우리나라 출발 항공 비율이 훨씬 많고 통합했을 경우 독점이 발생하는 노선은 4개뿐인 반면 유럽은 상당히 많다”며 “조선업계의 LNG 독과점 비율과 단순비교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에서는 운수권을 재조정하게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통해 진행하려던 메가캐리어 전략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 항공산업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고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