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최근 집값이 하락 전환된 곳이 늘면서 깡통전세(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고 금액이 연간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지방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된 곳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2% 오르며 지난 2019년 10월 14일 이후 최저 상승폭을 기록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성북·노원·은평·금천구에서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마포·종로·관악 등 8구는 보합(0%)을 기록했다. 이처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곳이 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도 흘러나온다. 이는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값을 넘어서는 깡통전세로 전락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매물이 부족해 위험을 무릅쓰고 전세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일어나는 데, 잘못하면 전세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떼일 수도 있다. 지난 2020년 매매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을 당시에도 전세값이 매맷값을 뛰어넘는 경우가 속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8월 2억~2억1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서해아파트’ 전용면적 59㎡ 주택형은 한달 뒤인 9월 2억1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또한 지난 2020년 8월 1억8400만원에 거래된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3단지’ 전용 44m²는 9월 1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당시 아파트 매매값은 7월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전셋값은 계속 오르면서 이같은 가격 역전이 일어났다.  안산 상록구 아파트값(KB부동산 리브온)은 당시 4주 연속 하락했는데 전세값은 매주 전주 대비 0.1∼0.2%씩 상승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깡통전세가 많아지면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며 “임차인이 피해를 볼 수 있고 보증섰던 기관에도 피해가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보증보험 의무가입하는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원적으로 충분한 주택물량이 공급돼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관련 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액수는 5790억원(2799건)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34억원 수준이었던 사고액은 지난 2017년 74억원, 2019년 3442억원, 지난해 5790억원으로 증가했다.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민간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에서는 전세금반환보증보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준 뒤 추후 구상권을 집주인에게 행사하는 구조다. 특히 HUG는 지난 2013년 9월부터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2020년 ‘7·10 대책’에서 아파트 민간임대사업 제도와 4년 민간 단기임대사업 제도를 없애고 모든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해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또한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일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가입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오는 2024년 1월 14일까지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완화시켰다. 적용 대상은 지난 8월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 대상에 포함된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이며, 기존 보증보험 가입 의무 대상인 건설임대주택, 대규모 매입임대주택 등은 제외된다. 다만 보험수수료는 부채비율에 따라 부채비율 100% 미만 주택에 비해 할증이 된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는 임대인이 과거 3년간 2회 이상 보증금을 미반환해 HUG가 대위변제한 경우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주택도시기금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으며, 전세사기에 대한 법적 조치를 위해 전문가로 꾸려진 자문위원회도 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