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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후분양제는 통상 건축 공정률이 60% 이상 진행되면 분양하는 방식을 이른다. 반 이상 완성돼 가는 아파트를 계약 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후분양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의 경우 오는 11월 입주가 예정돼 있었다. 사고 원인으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는 등 부실시공을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후분양제를 주장해온 김헌동 SH사장은 “후분양을 했다면 광주 아이파크 같은 부실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고 공기에 촉박해서 동절기에 무리한 공사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포 장릉 인근의 ‘왕릉뷰 아파트’도 후분양제가 거론되는 요인 중 하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은 문화재청이 고시한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의 건축물은 개별 심의해야 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이를 위반하며 인천 계양산과 장릉 사이 아파트가 들어서고 말았다. 이에 해당 아파트를 철거하라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결국 문화재청은 건설사에 건물 높이를 낮춘 새로운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런 사건사고들이 잇따르자 후분양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서울시와 SH 역시 향후 SH가 분양하는 주택에 건축공정률 90% 시점에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기로 했다. 그간 60~80%의 공정을 완료했을 때 후분양을 해왔는데, 이 기준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분양정책방향은 후분양제보다 사전청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는 ‘시세 차익에 따른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후분양제를 권장했던 정부가 공급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사전청약으로 선회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장기주거종합계획’에서 ‘후분양 로드맵’을 마련해 후분양을 유도했으며, 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공공분양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등 단계적으로 도입한 뒤 이를 민간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5·6대책을 통해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 사전청약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사전 청약을 실시하는 건설사에 택지 우선 공급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인 '집값'을 잡기 위해 시간이 소요되는 아파트 후분양 로드맵을 덮어두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긴급공급방안인 사전청약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후분양제가 다시 주목을 받지만, 후분양제로 건축물의 품질확보를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많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건은 주요 구조부의 문제였기 때문에 후분양제를 통해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접근은 ‘건축물의 품질확보’라는 최종 목표를 획득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굳이 후분양제가 아니어도 ‘충분한 공사비를 투입하고 적정 공기 등 최적의 시공과정을 통해 지은 아파트’를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후분양제가 완전한 대안이라고 말할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양시장에서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후분양제 시행이 계속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