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심리 위축되며 설비투자 감소세 나타나
기업경기실사지수 하락 등 업황 지표 부진
ESG 채권 발행도 전년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 코로나19 봉쇄 등 대외 변수 확대로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기업 체감 경기가 냉각되며 투자와 연계되는 각종 지표도 부진한 실정이다. 지난해 발행이 활발했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발행도 눈에 띄게 저조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평화협정이 지지부진한 데다 중국 상하이 봉쇄 조치도 연장됐다.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해 수요 변화를 예측하고 투자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기업들은 사태 관망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전산업 설비투자는 지난 2월 전년 동월 대비 2.1% 증가했지만 작년 2월 7.8%에 비해 성장폭이 줄었다. 또 1월에 비해서는 5.7% 감소했다.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가 17.9%,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가 1.2% 씩 줄어든 결과다. 2월부터 우크라이나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3월 통계치는 더 나빠질 우려가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조사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제조업이 84로 전월에 비해 7포인트 하락했다. 4월 업황전망BSI(85)도 전월에 비해 8포인트 내렸다. 대기업(-6포인트)과 중소기업(-7포인트), 수출기업(-10포인트)과 내수기업(-5포인트) 가릴 것 없이 체감경기가 얼어붙는 상황이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3월 경제심리지수(ESI)도 103.4로 전월보다 2.3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매출BSI가 3월 2포인트 하락한데 비해 채산성BSI가 8포인트 줄어 수익성 보전이 힘든 것으로 파악된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도 본격화되며 기업 자금사정BSI 역시 3월 6포인트 하락하는 등 투자를 위한 제반 여건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 기업들은 경영애로사항으로 원자재가격 상승을 가장 크게 지목했고 이어 불확실한 경제와 내수부진을 꼽았다. 이는 이전 기업 현안이었던 인력난이나 인건비상승 부담을 웃도는 요인이 됐다.
이런 가운데 ESG 붐으로 채권 발행이 활발했던 기업 동향도 뜸해졌다. 지난해 ESG 채권 발행은 87조원으로 전년 대비 38%, 2019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바 있다. 기존 공사채 비중이 줄고 회사채 비중이 오르면서 민간의 ESG 투자가 활발했던 터다. 하지만 올 들어 3월 기준 ESG 발행은 12조원으로 전년 동기 21조원에 크게 못미친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 지난 3월 초부터 중국 산동성, 선전시, 지린성 등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해 실시된 봉쇄 조치도 연장되고 있다. KOTRA 중국지역 무역관에 따르면, 아직은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직접적인 피해가 전면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계약 이행불가 등 영업 피해와 수익성 악화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봉쇄 조치는 원유 수요 감소 가능성으로 연결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까지 낳고 있다. 전날 이러한 요인으로 뉴욕증시가 하락하는 등 전쟁과 더불어 겹악재로 부상한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