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고비를 넘어도 저성장 수렁이 기다리고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 경제는 물가 안정과 함께 경기 회복까지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난제를 맞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오는 19일 발표하는 세계경제전망에서 각국의 올해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 기금 연설을 통해 세계경제전망 발표에서 세계 경제의 86%를 차지하는 143개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IMF의 성장률 하향조정은 직접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비롯됐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코로나19로부터 회복하려는 각 국가들의 노력에 대규모 차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사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한편,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달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에 휩쓸린 만큼 IMF 성장률 하향 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IMF는 지난 1월 한국 성장률을 3.0%로 전망, 직전 전망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번에 추가로 하향 조정할 경우 3%대를 사수하지 못하게 된다.
이와 관련, 한국 내에서는 한 발 앞서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 발표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7일 발표한 ‘2022년 한국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현경연은 특히 올해 하반기에 성장률 둔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봤다. 상반기 성장률은 2.7%, 하반기는 2.5%로 ‘상고하저’ 형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중앙은행과 경제정책 입안자들의 임무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부채증가를 억제하는 동시에 주요 지출은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이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디스인플레이션이 찾아올 때까지 인플레를 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침체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미국 경제가 향후 2년 이내 경착륙할 가능성은 확실히 절반 이상이며 아마 3분의 2 이상일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