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지배구조원, HDC현산 등 ESG 등급 하향
현장 안전 교육, 매뉴얼 체계화 등 보완 대책 절실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범 현대가(家) 사업장에선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안전관리 투자에 더해 실질적인 보완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27일) 후 3개월간 범현대 가문의 사업장에선 직원이 작업 중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만 4건이 발생했고,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폭발로 인한 1건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붕괴사고 등 올들어 발생한 사고를 모두 더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특히 안전경영체계 확립을 강조했던 현대차그룹은 잇단 산업재해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울산공장에 이어 지난달 31일 전주공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근로자는 대형트럭 조립라인에서 품질 검수 작업 중 변을 당했다. 해당 라인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중지 명령을 받아 약 3주간 가동이 중단됐다.
같은 달 현대제철에서도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일 당진제철소 1냉연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도금포트에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곤혹스런긴 마찬가지다. 올해만 사망사고가 2건 발생했다. 이중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이달 2일 사망사고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원인 미상의 폭발사고로 일어났다. 고용노동부는 조선해양사업부 2야드 패널공장의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지난 1월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학동 붕괴사고 역시 다수의 사망자를 내며 전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잇단 '현대' 브랜드의 산업재해는 해당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 하향으로 이어졌다. 이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발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반복적인 근로자 사망사고로 사회책임경영 등급이 'A'에서 'B+'로 하향됐다. 현대차와 HDC현대산업개발도 반복적인 산업재해나 대규모 안전사고 등으로 사회책임경영 등급이 한 단계씩 낮아졌다. KCGS는 "지속적인 사망사고 발생이 생산성 저해와 경영활동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 발생 리스트에 해당 기업들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면서 일각에선 안전관리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안전관리를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올해 건설과 철강 분야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지원을 2배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근무 현장 안전 강화를 위해 인건비와 시설·장비 확충, 안전 점검·교육 등을 위한 비용으로 총 870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집행 비용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안전 컨트롤타워 역할에 부사장급을 총괄로 선임했다. 다만 비용 투자와 안전 컨트롤타워 구축 등의 노력에도 현장에선 체감 효과가 미미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고의 원인을 획일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전교육의 시스템화가 중요하다고 봤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안전작업 인프라 조성에 힘을 쏟는 것과 함께 안전 인식 교육이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 작업자 본인도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실질적으로 사고율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산업 현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교육 훈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국내 현장에선 교육 측면이 상당히 미흡하다. 정규직 외 근로자들의 교육 상황은 더욱 취약하다"고 했다. 이어 "향후 자동차산업의 경우 전기차 전환에 따른 감전사고 급증이 우려된다. 고전압 부품에 대한 색깔 구별을 매뉴얼화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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