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에 대러 동맹까지 더해져 IPEF발 공급망 새판짜기 가속화
중국 느린 정상화・자급력 확대 이슈 대안으로 IPEF 부상
중국 대체 시장 인도, IPEF 참여 여부가 관건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발 공급망 새판짜기 구도에서 한국 산업계가 실리를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 역내 디지털・에너지 자원 분야에서 새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중국에 치우친 무역 리스크도 개선할 수 있어서다. 다만, 반중 성격의 IPEF 가입으로 중국과 반목할 위험을 감수할 만큼 참가국 실리를 챙길지 관심이다.
12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가 여러차례 개최한 ‘IPEF 민관 TF’에서 논의에 참여했던 반도체(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자동차(현대차), 배터리(SK온), 포스코인터내셔널(종합상사), 인터넷(네이버, KT) 분야 등의 기업들은 대체로 참가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디지털 통상, 글로벌 공급망,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고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탈환하고 기존에 1위를 내줬던 샤오미가 역내 해외불법송금 이슈를 겪고 있다. 현대차도 일본에 밀렸던 아시아 시장에서 최근 인도네시아에 전기차를 출시해 판매호조를 보이는 등 반전 기회를 얻고 있다. 현대차는 하반기 인도에 신차도 출시할 예정으로, 이들 국가에서 상호 무역호혜관계의 이점까지 얻는다면 시장확대의 날개를 달 수 있다.
거시적으로는 미중갈등에 우크라이나사태에 따른 서방의 대러 동맹까지 더해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구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각국 기업의 탈러 운동에 러시아에 동조하는 중국에 대한 이탈 현상까지 번지며 국내 산업도 이같은 공급망 변화에 대처할 움직임이 요구된다. 아시아 역내 지속가능한 공급망 안정화를 추구하는 IPEF가 그 대안 중 하나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느린 성장 정상화를 보이는 데다 자급력 확대 이슈가 지속되는 속에 IPEF의 매력이 한층 돋보인다.
현재 IPEF 출범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관련 산업계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기간, 특히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중에 IPEF 출범을 알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순조로워 보이는 일정에도 인도 등 주요 국가의 참가여부가 불확실한 우려는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단연 시장가치가 높은 인도의 불참은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만큼 큰 시장이라 참여 여부가 IPEF 성공도를 좌우한다.
IPEF에 소극적인 국가들은 중국과 반목할 상황을 걱정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한국으로서는 이미 포괄・점진적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서 일본에 뒤처져 IPEF 참가까지 늦어질 경우 고립될 우려마저 존재한다.
한편, IPEF 주요 의제인 반도체, 디지털, 친환경, 에너지 분야 등의 업계와 달리 의제에서 소외된 업종에서는 실리가 없는 만큼 반중 역효과를 걱정하는 시선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