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돌려막기' ‘급급’, 공기업 평가에서도 낙제점
[매일일보 김길수 기자] 경기 용인도시공사가 출범 2년여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공사 최대 개발사업인 역북지구 토지매각에 번번이 실패하며 '채권 돌려막기'에 급급한데다 공기업 평가에서도 낙제점을 받아 사면초가에 놓였다. 시는 공사를 공단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사는 처인구 역북동 역북지구(41만7485㎡) 내 공동주택용지 C블록(5만8297㎡) 제안 매각 2순위 A업체에 협상대상자 지위 상실을 지난 11일 통보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우선협상대상자의 계약안이 부결됨에 따라 2순위인 A업체와 협상을 벌였으나 A업체가 신청예약금 70억원을 내지 않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
C블록 매각은 사업시행자에게 토지리턴권(계약기간 만료 뒤 구매자가 토지를 반환할 경우 계약금과 이자까지 판매자가 물어주는 제도)과 준공 6개월 뒤 미분양 아파트 100%를 공사가 매입해 주는 '매입확약'까지 내걸고도 실패했다.
사업 불발 시 공사가 모든 부담을 떠안는 '특혜' 사업방식에도 성과없이 토지리턴 이자만 물게 된 셈이 됐다.
공사는 지난해 11월20일 역북지구 공동주택용지 C·D블록(8만4254㎡)을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거원디앤씨에 매각했다. 리턴 기간은 C블록 6개월, D블록은 12개월이다. 거원디앤씨는 토지대금 2045억원 가운데 95%인 1808억원을 선납했다.
이후 C블록 계약기간이 지난 5월20일 만료되자 거원디앤씨가 토지리턴권을 행사했다. 거원디앤씨는 11월20일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D블록의 토지리턴 의사도 밝힘에 따라 도시공사는 C·D블록 토지대금 원금에 100억원대 금융이자까지 물어줘야 할 판이다.
공사는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C·D블록 매각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지만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공사의 채권 돌려막기에 재정난도 심화되고 있다. 공사는 역북지구 토지보상을 위해 2010년 5월 안전행정부로부터 승인받은 공사채 1900억원 가운데 1800억원을 발행했다.
올 초 역북지구 C·D블록 매각대금으로 1000억원을 상환했으나 나머지 800억원 중 일부 채권만기가 도래하자 시나 안행부 승인도 없이 지난 7월과 8월 2차례에 걸쳐 400억원을 추가 발행했다.
지방공기업법상 300억원 초과 공사채 발행은 안전행정부장관의, 300억원 이하는 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안행부는 공사에 대해 향후 6개월간 지방공사채 발행을 전면 금지했다.
채권 발행금지는 6개월~1년 미만의 단기 채권을 발행해 사실상 '채권 돌려막기'로 현상을 유지해 온 공사 재정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역북지구 B블록에서 토지매각대금이 입금되면 채권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는 행정안전부의 2012년도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마'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2012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498%(4980억원)에 달했고 각종 개발사업 관련 공급계약 체결 실적도 저조했다는 것이다.
또 단기 순이익도 2011년 104억원에서 13억원으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매출 역시 1282억원에서 471억원으로 줄었다.
앞서 2011년 평가에서도 경영부실이 드러나 '2014년 6월까지 개발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지 못하면 공사를 청산하라'는 개선명령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시는 공사 청산 및 공단 전환에 따른 업무 및 고용 승계, 회계 등 공단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용역 의뢰를 준비 중이다.
용역 결과에 따라 공사의 운명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4월 용인지방공사와 시설관리공단이 통합, 용인도시공사로 출범한 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공사 설립의 목적인 개발사업이 부진하고, 공단 전환 시 수천억원대의 부채까지 떠안아야 해 쉽지 않은 문제"라며 "전문기관의 용역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