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자원 확대・강달러는 유가에 하방압력…경기침체 우려까지 호황 속 정유도 근심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유가 연관성이 높은 업종인 정유・화학・조선업 등의 실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를 배경으로 급락한 유가는 러시아의 자원 공급제한 엄포에 따른 상승 압력과 중남미의 셰일자원 개발 확대 및 강달러의 하방압력 사이에 충돌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급격한 변동성은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 선두업체인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가 1조4000억여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호실적은 2분기 정점을 통과할 전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미 유가가 급락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것도 예고됐다. 최근 정제마진도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7월 첫째주 싱가폴 정제마진은 16.5달러를 기록했다. 6월 평균 23.9달러 대비 안정된 흐름이다. 4~6월 이례적인 정제마진 강세로 정유사들은 호황을 누렸지만 점차 진정되고 있다. 글로벌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높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속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확산까지 겹쳐 석유 수요 둔화 우려가 대두되고 있어서다. 그간 팬데믹이 잦아들며 경기회복이 진행되면서 유가 상승과 수요 증가가 정제마진 상승을 이끌었지만 또다시 반대쪽으로 선회할 불안 요소들이 커지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은 석유공급도 제약시켜 유가와 정제마진 상승을 일으켰으나 슈퍼인플레이션을 야기해 세계적인 불황이 닥칠 것에 대한 걱정을 키웠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은 자이언트스텝에 이어 거듭 높은 수준의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 불안심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에다 금리인상 영향으로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달러는 유가에 하방압력을 가하고 있고 최근 중남미에선 셰일자원 생산량이 확대됐다는 소식까지 들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60달러선까지 다시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유가 정점에서 떨어진다면 화학은 이미 업황이 부진한 상태에서 앞으로도 반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 있다. 화학 실적이 부진한 것도, 최근 유가가 하락한 것도 모두 수요 둔화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수요가 회복되려면 팬데믹이 걷히고 전쟁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며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만약 글로벌 통화긴축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효과가 없다면 과거 금융위기 같은 불황이 닥칠 염려도 있다.
근래 화학업종은 납사크래커(NCC) 위주 단순 포트폴리오를 가진 업체들의 실적이 나쁜 편이며 복합 포트폴리오를 가진 LG화학, 롯데케미칼 등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으나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7월 초 NCC업체의 스프레드(원료와 가격차이) 마진은 설비 가동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고 있다. 최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싱가폴 엑손모빌 공장, 대만 포모사, 태국 PTT 공장 등이 정기보수 및 설비트러블을 마치고 재가동하면서 공급과잉 압박을 더하고 있다.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에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우려가 번져 석유화학제품 주문량을 떨어뜨릴 것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조선업은 수주실적이 역대급이나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연내 흑자전환할 것에 대한 기대감이 약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실적 턴어라운드는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5월말 기준 수주잔고 중 저선가기에 수주된 물량은 40% 수준으로 추정된다. 잔고 구성상 2023년 1분기가 되면 공사물량 중 저선가기 물량 비중이 절반 미만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 상반기 내에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잔고의 약 56%가 저선가기 수주 물량으로 추정되며 2021년 1분기 수주물량이 많은 점이 손익에 다소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잔고 중 38%가 저선가기 수주 물량으로 추정돼 2023년 2분기가 되면 저선가기 잔고 비중이 절반 밑으로 떨어져 이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