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폭증·거리두기 미도입…감기약 품귀 현상 촉진
판피린큐·쌍화탕 가격 인상 예고…의약품 전체 가격 상승 우려
제약사, 생산 증대 계획 없어…원부자재 가격 상승 원인
[매일일보 이용 기자]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하며 약국가에서 감기약 품귀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최근 국제 이슈로 의약품 원부자재값과 물가상승으로 소비자의 약값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약국가의 수급불안도 예상된다.
19일 약국가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이 구매 가능한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상비약 판매가 급증했다. 동네 약국과 편의점에서는 인기 감기약인 타이레놀, 씨콜드, 콜대원, 판피린, 쌍화탕 수요가 크게 늘었다.
매일일보가 16일부터 서울 종로구·중구의 약국과 편의점 15곳을 조사한 결과, 유명 감기약은 대부분 오전 일찍품절 됐거나 소량 구매만 가능했다. 대원제약 콜대원의 경우, 일부 의약품 온라인몰에서 판매가 중단됐다.
약국 관계자들은 거리두기 미도입으로 재택근무 비중이 줄고 대면 영업이 늘어나 감기약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약국은 품귀를 빚는 인기 감기약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공급 가격보다 싸게 파는 것은 규정 위반이지만 비싸게 파는 것은 규제하지 않는다. 약국에서 평균가보다 훨씬 높게 약값을 책정해도 불법이 아니다.
이 가운데 최근 제약사들이 감기약은 물론 다른 의약품 공급가를 인상해 전체적인 약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동아제약은 오는 10월부터 감기약 판피린큐의 공급가를 12.5% 인상할 예정이며, 광동제약도 7월 중 한약 성분 감기약 ‘쌍화탕’ 가격을 15% 올릴 계획이다.
일동제약, 일양제약, GC녹십자 등은 비타민 제품, 자양강장제, 파스 등 일반 의약품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약가 인상으로 약국의 의약품 구입 부담이 커진 만큼, 약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소비자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감기약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약사의 감기약 생산 증대 지원방안을 10월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감기약 등을 목표보다 많이 생산하는 업체에는 약사감시유예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당 조치가 제약사의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일부 제약사들은 감기약 생산 공장을 계속 가동 중이지만 정부가 원하는 생산량 증대는 고심하고 있다. 원부자재의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가 유가 상승으로 운송료까지 상승해 수요 예측을 못 해 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이 손해를 그대로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S제약 관계자는 “정부는 이전부터 약가 인하 정책을 고수해 제약사는 신약 개발로 수익을 얻기 어려운 상태다. 이 가운데 무턱대고 감기약 생산을 가속하면 기업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