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간편결제 수수료 공시 추진
업체별로 수수료 부과 체계 달라 ‘주먹구구식’ 지적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플랫폼의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한 공시 방안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수수료에 감독 당국이 직접 개입할 의사는 없다며 시장 자율을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빅테크·핀테크사가 중소 입점업체에 부과하는 페이 수수료 원가 구조를 투명하게 공시해 수수료 부담을 낮추려고 목표한 만큼, 빅테크 업체의 원가 공개 여부를 두고 갈등은 당분간 지속할 분위기다.
이 원장은 3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빅테크·핀테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간담회에는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정현경 뮤직카우 대표, 김민정 크레파스 솔루션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금융 플랫폼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강조하면서 “플랫폼 수수료는 사회 여러 방면에서 문제 제기가 있어 금감원이 간편결제 수수료에 대해 공시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도 “수수료는 시장 참여자가 자율적으로 결정될 사안으로 감독 당국은 이에 직접 개입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빅테크 업체의 페이 수수료를 공개하려는 배경은 소상공인 페이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 규정이 있는데도 핀테크 등의 수수료 부과 체계가 업체별로 다르고 주먹구구식 상황이다.
빅테크 간편결제 수수료는 일부 회사를 제외하면 수수료율을 공개하지 않는 데다, 공개하고 있는 회사조차 결제 수수료와 비(非)결제 수수료가 혼재돼 있다. 금감원은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참여한 ‘결제수수료 공시 작업반(TF)’을 구성하고 논의 중이다.
원가 공개를 눈앞에 두고 빅테크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감원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이외 기업에도 수수료 원가 구조를 공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서다. 전자금융업으로 등록한 기업은 현재 176곳에 달한다. 핀테크·빅테크뿐 아니라 결제대행업(PG사), 온라인 종합쇼핑몰까지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 금감원은 지난 5월 관련 회의에 배달의민족, SSG닷컴 등도 불렀다.
업계는 소상공인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형평성 우려를 제기한다. 온·오프라인에서 결제 수수료를 가져가는 신용카드사의 공시에 비해 핀테크 등에 요구하는 공시 수준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용카드사가 부과하는 전반적인 수수료 현황(오프라인 가맹점 수수료+온라인쇼핑몰 결제 수수료)조차 업체별로 투명하게 공시돼 있지 않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는 신용카드 전체 업계 평균, 평균 결제 금액 등 ‘평균’ 방식으로 주로 공시돼 있다. 신용카드사도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데 금감원의 수수료 TF에 참여하지 않는 점도 논란이다. 핀테크·빅테크·온라인쇼핑몰·PG사의 원가 구조가 다른데, 이를 일률적으로 비교해 공개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도 빅테크별로 서비스가 달라 수수료 체계도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경기 위축으로 기업 성장세가 꺾인 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여신업계 한 전문가는 “공시 시스템을 만들려는 ‘간편결제’ 정의, 적용하려는 기업 대상·범위, 기업별로 다른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 표준화를 현실적으로 공정하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