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이사(CEO)가 임기를 반도 채우지 못한 채 사임해 뒷말이 무성하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9일 김 대표가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지난해 4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약 1년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대표의 임기는 2024년 3월24일까지였다.
김덕환 전 대표는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사해 개인금융, 오토크레딧 팀장 등을 지냈다. 이후 2008년 현대카드로 자리를 옮겼다. 이병휘 전 현대커머셜 대표도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사해 오토기획실장, 신차사업실장을 거쳤다. 이후 현대커머셜로 자리를 옮겼다.
김 전 대표 사임으로 현대카드는 당분간 정 부회장 단독 경영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경영쇄신 차원에서 지난 4월 단독 대표체제를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한 지 1년여 만에 다시 단독 대표체제로 돌아간 셈이다.
앞서 현대커머셜에서도 지난해 취임한 이병휘 대표이사가 지난달 ‘일신상의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3월 연임엔 성공했지만, 김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겨두고 사임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업계 실적이 양호했다는 점에 비춰 이번 사임의 배경에 대해 의구심이 커진다. 다른 카드사들을 보면 주요 CEO들은 올해 임기를 연장하며 재연임에까지 성공했다. 권길주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올 2월 연임이 확정됐다. 롯데카드도 지난 3월 조좌진 대표를 재선임했다.
정 부회장이 경영쇄신 차원에서 지난해 4월 취임한 대표들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잇달아 사임하자, 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온다. 김 전 대표, 이병휘 전 대표 둘 다 정태영 부회장과의 갈등이 원인이 돼 직을 내려놨다는 추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두 대표가 현대자동차 ‘캡티브(captive·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캐피탈의 최대주주 자리를 항상 지켜왔고, 정 부회장은 현대캐피탈의 주요 주주에 오른 적이 없다. 정태영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19년간 현대캐피탈의 운영을 맡아왔지만, 현대카드·커머셜과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