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깡통전세 우려가 계속되면서 월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월세 수요가 전세를 뛰어넘은 달이 5개월 연속 이어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대세로 굳혀지는 모습이다.
2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월세 건수는 9월 둘째 주 기준 11만9536건, 전세는 10만6553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대차 거래 가운데 52.87%가 월세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발 금리인상의 후폭풍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오르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쇄 상승하면서 전세대출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때문에 반전세(보증부월세),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임대차시장에서 월세가 전세보다 많은 현상은 올해 4월 이후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엔 월세가 전체 임대차시장에서 45.96%를 차지했고, 이후 3월(49.58%)까지 비중은 올랐다. 4월부턴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겼고, 5월 57.78%, 6월 50.27%, 7월 50.40%를 기록했다.
월세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도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101.8을 기록, 전월대비 0.09%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101.8을 기록, 전월대비 0.09% 상승했다. 이 지수는 2019년 8월 이후 36개월 연속 상승세며, 최근 매달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최근에는 집값 하락으로 인한 ‘깡통전세’ 우려도 월세 선호 현상을 유인하고 있다. 깡통전세란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전세 형태를 비유해서 사용하는 단어다.
올해 들어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전반적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사그라지면서 이러한 깡통전세 사례가 속출하며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사고도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이 올해 상반기 기준 3407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세시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세의 월세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했는데 집값이 하락하고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월세 전환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전세대출이 보편화된 시장에서 이자가 월세보다 확실히 더 저렴하지 않은 한 월세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금리 인상기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높아져 전세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일부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월세화 비율도 크게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