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직장인 정씨(32·남)는 최근 전세 기간이 만료돼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내는 반전세로 전환했다. 정씨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생각보다 많이 올렸는데 대출을 받기 힘들어 상승분을 월세로 내고 있다”며 “매달 나가는 돈이 부담스럽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과 집값하락으로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 이같은 월세화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 상승률은 0.12%로 전달(0.10%) 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월세가격은 지난 2019년 8월 이후 3년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뿐아니라 1인가구와 20·30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소형 오피스텔, 빌라(연립) 월세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빌라 월셋값은 2020년 6월 이후 2년 2개월째 올랐고, 서울 전용면적 40㎡이하 소형 오피스텔도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0년 12월 이후 1년 9개월 연속 상승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세의 경우 모두 올해 2월 이후 7개월 연속 하락하며 낙폭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0.45% 떨어져 9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전월(-0.22%) 보다 낙폭이 두 배까지 확대된 수치다. 전세가격도 0.25% 떨어져 전월(-0.11%)대비 낙폭이 커졌다. 이처럼 부동산 침체 속 월세가격이 상승한 배경에는 늘어난 수요가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월세 건수는 9월 둘째 주 기준 11만9536건, 전세는 10만6553건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대차 거래 가운데 52.87%가 월세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 금리인상의 후폭풍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오르고,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전세대출의 이자부담이 커지며 월세를 선택한 세입자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전세의 월세화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했는데 집값이 하락하고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월세 전환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전세대출이 보편화된 시장에서 이자가 월세보다 확실히 더 저렴하지 않은 한 월세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향후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대출이자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상황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사회초년생들의 경우 목돈을 만들기는커녕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