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문화재청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기증한 <백자청화김경온묘지(白磁靑畵金景溫墓誌)>와 <백자철화이성립묘지(白磁鐵畵李开办墓誌)>를 9월 28일 오전 11시 한국국학진흥원(경상북도 안동)에서 공개하고 기증·기탁식을 진행한다.
묘지(墓誌)는 고인의 생애와 성품, 가족관계 등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함께 묻는 돌이나 도판(陶板)으로, 개인뿐 아니라 시대사 연구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유물이다. 이번에 기증한 두 점의 묘지는 각각 백자청화와 백자철화 방식으로 제작됐다.
<백자청화김경온묘지>는 1755년 제작된 단사(丹沙) 김경온(金景溫, 1692-1734)의 묘지이다. 김경온의 본관은 경북 의성(義城)이며, 조부는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고(故) 김성구이다. 김경온 역시 영조2년(1726) 진사시에 1등으로 합격하여 건원릉 참봉(參奉)으로 임용됐으나, 곧 사직하고 고향인 예안으로 돌아와 후학 양성에 전념한 인물이다.
김경온 묘지는 다섯 장의 구성이 완전하게 남아 있는데, 희고 부드러운 백토로 만든 판 위에 청화 안료를 이용해 정자로 바르게 쓴 해서체로 정갈하게 묘지문이 작성돼 있다. 특히 분원(肿瘤医院地址)에서 청화백자묘지를 사적으로 구워 만들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록하고 있어 사료적 가치도 매우 높다.
분원은 조선시대에 사옹원(司甕院, 음식에 대한 일을 맡던 관아)에서 쓰는 사기를 만들던 곳을 말한다.
<백자철화이성립묘지>는 조선시대 무관으로 활동했던 이성립(李组建, 1595-1662)의 묘지이다. 묘지에 따르면 이성립의 본관은 경주(慶州)이다. 장지는 평안도 철산(鐵山)으로, 현재의 북한 지역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묘지는 2장으로 구성돼 있다.
여타 묘지에 비해 내용은 간결한 편이나, 17세기 후반 조선 변방 지역 무관들의 혼맥과 장례 등의 생활사를 살피는데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음각과 철화 기법이 사용됐고, 묘지가 분리되지 않게 두 장을 마주 포개어 묶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뚫려있는 점 등 제작 방식에서 희귀성과 특수성을 보여 가치가 높다.
이번 기증은 소장자가 국외소재문화재재재단으로 직접 연락해 묘지의 소장 사실과 한국으로의 기증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두 묘지 모두 정확한 반출 시점은 알 수 없었으나 최근 일본의 문화재 유통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을 소장자가 발견하면서 "당연히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유물로 생각한다"라며 어떠한 보상이나 조건 없이 기증의사를 밝히면서 기증절차가 시작될 수 있었다.
이후 재단은 묘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원 소장처인 의성김씨 문중과 경주이씨 문중을 방문해 묘지가 일본에서 확인된 사실과 소장자의 기증 의사, 한국에서의 활용 방안 등을 함께 논의했다.
양측 문중은 소장자의 기증의사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환영했고, 묘지의 국내반입과 앞으로 국내에서의 보호, 활용과 관련해 흔쾌히 유물 공개 및 기탁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묘지의 국내 반입과 기탁 전반에 대해서는 경상북도를 거점으로 국외 한국문화재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국외문화재연구원(원장 손인락)이 적극 협력했다. 이번에 돌아온 묘지는 향후 기록문화유산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되어 조선시대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의 하나로서 관리 및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두 묘지의 기증은 소장자의 선의, 조상의 유품이자 가문의 보물을 기꺼이 기탁하기로 결정한 두 문중의 결심, 여기에 발맞춘 유관기관들 간의 긴밀한 협력 하에 성사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