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달 하루만 제외하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3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글로벌 긴축과 환율 급등 여파로 인한 영향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9월 들어 지난 28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조5010억 원, 코스닥 시장에서 617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 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비율은 30.68%로 금융 위기였던 2009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올해 17조원 넘게 빠졌다.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주식을 내다 팔기 시작한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2년 9개월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한 주식 규모는 67조78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 영향이다. 전 세계에서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달까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미국 정책금리(기준금리)가 연 3.00∼3.25%로 상승해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상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올해 말 4.4%, 내년 말 4.6%로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연준은 올해 말까지 1.25%포인트를 더 올려야 하므로 11월 0.75%포인트, 12월 0.50%포인트 각각 인상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기준금리를 연 2.50%까지 올려놨으나 미국보다 0.75%포인트(상단기준) 낮아 추가 자금 유출 우려가 크다. 또 채권 금리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우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와 수출 기업 실적 부진 우려 등도 외국인의 매도 심리를 자극한 원인으로 꼽힌다.
오태동 NH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채권 금리가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가중되면서 신흥국인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이 위험자산을 줄이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와 환율이 오르는 국면이 더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매도와 증시 약세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 센터장은 “증시는 어느 정도 약세가 진행된 상황이지만 금리 인상이 멈추거나 경기 우려가 진정될 때까지 행보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