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올해 1월 금융권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이 허용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개인정보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개인정보 장사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마이데이터를 둘러싼 불신이 재점화하고 있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을 이용해 ‘소개 수수료’를 받고 보험 설계사들에게 이용자 정보를 유상판매한 뒤에 뒤늦게 이용자들에게 고지했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 측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1월 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을 취득해 ‘데이터 판매 및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소비자가 여러 금융사에 분산된 자신의 신용 정보를 받아 통합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 사업자는 제 3자에게 이를 제공하는 대가로 ‘소개 수수료’를 받는다. 문제가 된 유료 과금 모델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이 서비스를 사전고지 없이 운영하다 논란이 일자, 지난 6월 ‘설계사가 고객과 상담을 위해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이용 약관에 포함했다고 황 의원 측은 전했다. 황 의원이 비바리퍼블리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법인 보험 대리점 ‘리드’ 매출로 290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리드는 보험상담 신청 고객 중에서 법인 보험 대리점과 실제로 연결돼 매출 정산 대상이 되는 고객 데이터를 뜻한다. 토스 애플리케이션에서 보험상담을 신청한 이용자 개인·신용정보 84만9501건이 대상이다.
반면 비바리퍼블리카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험 소개를 했다고 반박했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보험상담을 신청하고, 필수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고객”이라며 “리드 매출 290억2000만원도 지난 4년 동안 토스 보험사업의 총 매출 규모”라고 했다.
마이데이터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 아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 데이터를 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정보 유출과 악용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특히 마이데이터 특성상 한 곳으로 수집된 정보가 유출된다면, 연결할 수 있는 데이터 범위가 넓어져 피해가 커진다.
실제 네이버파이낸셜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도 지난해 12월 회원 100여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내 자산’ 서비스를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옮기는 도중 은행, 증권, 카드 등의 개인정보가 타 이용자들에게 노출된 것이다.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모여 출시한 ‘모니모’ 앱 역시 출시 나흘 만에 개인 신용 정보 유출 사고가 있었다. 삼성증권 고객 344명의 정보가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된 것이다. 타인의 정보를 보게 된 사람은 삼성증권과 거래하지 않는 모니모 이용자들이었다. 이런 사고를 내고도 현재까지도 별다른 징계 조치가 없어 이들 기업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