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은 금통위 본회의...'빅스텝' 확실시
벌어진 한미 금리 격차에 환율방어 불가피
이자 부담에 내집마련 포기 사례 쏟아진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또 한 차례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거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과 미국 간 금리격차로 환율과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달러당 원화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1분기까지도 5%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거란 전망이 많다.
다만,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경우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도 크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영끌'로 집을 사려던 이들이 이자 부담 때문에 내집 마련을 포기하는 사례가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금통위가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데 크게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30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봤다. 이 중 대부분인 89%는 0.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3%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9월(3.0%)이 마지막이다.
금통위가 이번에도 빅스텝을 밟으면 7월에 이어 사상 두번째 0.50%포인트 인상에다 4·5·7·8월에 이어 역대 처음으로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다. 그리고 3%대 기준금리는 10년 만이다.
금리 인상의 가장 큰 근거는 여전히 높은 물가오름세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올라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서비스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이에 따라 환율·물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기준금리)는 연 3.00~3.25%로 한국보다 0.75%포인트 높다. 연준이 시장 전망대로 11월 자이언트스텝, 12월 빅스텝을 단행하고 한은이 10·11월 0.25%포인트씩 올리는 데 그친다면 한·미 금리격차는 역대 최대 역전폭과 동일한 1.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는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 물가를 잡는 데에도 어려움이 커진다.
원화값·물가 관리를 위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필요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을 통해 집을 사기가 한층 어려워지고 가계부채가 폭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9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고, 11월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면서 “한은도 한·미 금리 격차가 계속 커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빅스텝에 무게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