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금융당국이 10조원 규모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에 이어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 투입을 고민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만큼 시장 안정을 위한 당국의 대책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조원 규모로 조성을 추진해온 채안펀드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을 봐가며 채안펀드 약정을 다시 체결해 재가동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안펀드는 2008년 10조원 규모로 처음 조성됐다. 당시 회사채 수요를 늘려 채권시장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채안펀드는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충격이 전해진 2020년, 10조원을 증액해 다시 조성됐다.
금융당국은 채안펀드 조성 후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3조원 가량을 모집해 투자를 집행했다. 지금은 1조6000억원이 남았다. 채안펀드가 재가동되면 남은 자금(1조6000억원)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을 우선 재개한다. 부족할 경우 산업은행, 은행, 증권사 등이 추가 출자해 재약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채안펀드 재가동을 고려하는 이유는 금리 상승 기조로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가 급랭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과 미국 물가 지표 악화 등 대내외 악재는 증폭되고 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도 덩달아 커졌다. 강원도가 빚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한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여파도 반영됐다.
지난 9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3440억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월(8조7710억원)에 비해 39.1%, 지난해 같은 기간(8조4950억원) 대비 37.1% 급감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채안펀드가 재가동할 시 기업들의 자금난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CP를 매입해 단기자금 시장의 신용경색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우량등급 채권에 대한 정책금융기관의 매입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비우량등급 회사채와 CP 매입 여력을 기존 6조원에서 8조원으로 늘린다. 자금난에 처할 수 있는 저신용 기업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10조원 규모 증안펀드 투입 역시 준비하고 있다. 증안펀드는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을 때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마련하는 기금이다. 증안펀드는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폭락한 2020년 3월 1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다만 주가가 반등해 실제 사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