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은 기업경영 하기 어렵다고 아우성들이다. 역대 정부는 출범 때마다 기업규제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곤 했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가 양산되면서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퇴색시키는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핵심 규제 한두 개라도 제대로 손을 봤더라면 규제개혁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야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올리는 규제개혁은 국민의 피로감만 증대시킬 뿐이다.
현 정부도 여러 차례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최근 범부처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고 규제혁신 합동간담회 개최하는 등 규제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지난 정부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 문제는 어떻게 실천력을 담보할 수 있느냐가 차별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여러 부처에 걸쳐있는 복합규제 해소방안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동안 여러 부처에 걸쳐있는 복합규제 혹은 덩어리 규제는 부처 칸막이 허들을 넘기 어렵고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담당 공무원의 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우선 기술변화에 뒤처진 낡은 규제, 기업활동을 어렵게 만드는 복합규제 등은 이해 관계자들이 서로 엉켜 있어 해법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복잡다기한 이해 관계자 간 협의와 조정을 위해 부처 간 협업이 필수적이며 담당 공무원의 적극 행정 의지가 성패를 가른다. 따라서 복합규제나 신기술 관련 규제개혁에 성과를 거둔 담당 부서나 공무원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도입, 부처간 공무원 교류 확대 등을 통해 부처 이해관계에 따른 규제개혁 간격을 좁힐 필요가 있다. 또한 2019년 도입된 규제샌드박스, 규제자유특구제도에 대한 성과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동 제도가 제대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정부와 달리 규제개혁에 대한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인들의 불만은 각종 규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규제부터 만들고 보는 규제 도입과 추진과정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물론 사고 예방이나 사고 수습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기업인들을 잠재적 전과자로 취급하고 있는 현행 규제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불법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지나치게 관리책임을 무겁게 부과하는 현행 규제체계는 분명히 손을 봐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규제개혁을 체감하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협업도 중요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광역 및 기초지자체는 기업활동과 관련된 밀접한 규제기관이다. 최근 현장 간담회에서 지자체의 규제(행정)에 힘들어하는 기업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모든 지자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기업육성 의지를 훼손시키는 낡은 관행이 남아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규제개혁에 적극적인 지자체에 대해서는 재정사업 우대 등을 통해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지자체 간 경쟁체제를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이 규제개혁의 적기라 할 수 있다.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 직면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돈을 풀어서 경기부양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는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활력을 찾고자 한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하기보다 규제개혁의 성패는 실천에 달려 있다. 현 정부의 규제개혁이 과거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실천력에서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