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野 3당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與 "주어진 모든 수단 동원해 의회 독재 저지하겠다"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여야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먼저 국정조사 요구서를 본회의에 보고하고 24일 전까지 여당의 참여를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설 것'이라며 협조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위 구성부터 난항을 겪게 되고 자료제출, 증인 채택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반쪽짜리 국정조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10일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일부 무소속 의원과 함께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며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들께서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에 관한 사항을 협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야권이 요구하는 국정조사 조사 범위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의 직·간접적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 △참사발생 전후 서울시, 용산구 등 지자체와 소방청, 경찰청, 행정안전부, 국무총리실, 대통령실 등 정부의 상황 대응 등이다. 특히 지자체와 중앙부처 뿐 아니라 '대통령실' 대응까지 살펴본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참사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사실관계 은폐·축소·왜곡 의혹도 조사 범위에 들어간다. 희생자와 그 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 및 후속대책의 적절성도 살펴볼 예정이다. 조사 시행위원회는 교섭단체 및 비교섭단체의 '의석 비율대로' 18인 위원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야권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이날 본회의 안건으로 부의한 데 대해 국민의힘은 강력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강행 처리 운운하지만 우리 당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민주당의 의회 독재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그 부당성과 비이성적인 몰상식을 고발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회 독재를 저지하겠다"고 했다.
야권은 여당의 비판에도 불구, 시간표에 맞춰 국정조사를 강행할 방침이다. 오는 24일 본회의 전까지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 요구서를 통과시켜 야당 의원들로만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발동시킨다는 방침이다. 국회의장은 국정조사를 실시할 특별위원회나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데, 국정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는 특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이 같은 절차를 밟을 경우 사실상 국민의힘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국정조사는 재적 의원 과반 동의로 처리할 수 있어 169석의 민주당만으로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여당이 끝까지 참여를 거부할 경우 국정조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여야 합의가 없을 경우 특위 구성에 차질이 생기고 정부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증인 채택도 어려워질 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두고도 여야가 가파른 대치 전선을 그릴 경우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 2일) 내 처리 또한 불투명해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