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공기업, 금융권 낙하산 인사논란이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에도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이 경쟁 없는 소유분산기업 회장 연임을 직격하자 구현모 KT 대표가 직접 복수 심사를 심사위에 요청하는 등 공방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재계는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됐던 친정부 인사 낙하산 공세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소위 주인없는 기업인 KT, 포스코 등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기업집단에서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반면, 정치권과 정부에선 황제 연임 비판 여론을 불지펴 서로 대치하는 양상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수탁자 책임 활동을 내세워 기업 인사에 주주권을 적극 행사할 것을 시사하면서 관치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연금심의위원회와 기금운용위원회 모두 보건복지부 소속이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기획재정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활동한다. 소유분산기업의 회장 연임 과정 등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며 수위를 높인 연금 이사장의 발언은 재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연임 심사를 받던 구현모 KT 대표뿐만 아니라 이미 연임에 성공했지만 올해 침수피해 대응이 미흡했다며 정부와 국감장의 도마에 올랐던 포스코 최정우 회장까지 연금의 표적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나아가 재계는 소유분산기업을 필두로 다른 대기업집단 내 사외이사 등 결격사유에 대한 반대권 행사가 많았던 연금의 경영 개입이 더욱 강화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공기업과 금융권에서 낙하산 논란이 부쩍 잦아진 최근 기류가 이런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연금 주주권 행사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수행한다. 근로자 단체, 사용자 단체, 지역가입자 단체 추천인이 구성원으로, 재계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이해관계가 얽혀 독립성도 저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의 경영개입이 커지면 이러한 연금 지배구조의 문제로 인해 기금운용 수익률이 목적인 수탁자 책임활동이 되레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연금이 날을 세운 KT와 포스코의 경우 현 회장 임기간 실적이 좋아 뚜렷한 이유 없이 인사에 개입할 경우 이해충돌이 발생할 것이란 염려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활동이 강화된 배경은 재벌 총수 기업의 횡령, 배임 사건 등이 계기가 됐다”라며 “이와는 거리가 있는 소유분산기업을 겨냥하는 것은 정권 때마다 회장이 교체된 피로도에 따라 여론 반감을 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