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與 이태원 참사 유족 만난 뒤 '국정조사 복귀'
여야, 법인세 등 핵심 쟁점 재논의 “진전은 없어”
[매일일보 염재인 기자] 국민의힘이 지난 20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활동 복귀를 선언한 이후 여야가 다시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 돌입한 모습이다. 여당의 국정조사 참여로 갈등의 한 요소가 해소된 만큼 그동안 극한대로 치달았던 여야 예산안 합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저녁에 만나 예산안 협상을 다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같은 날 오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복귀를 결정한 직후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 10여 명과 간담회를 한 뒤 같은 당 소속 특위 위원들을 불러 국정조사 참여를 권유했다.
이번 회담에서 여야 원내대표는 그동안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던 핵심 쟁점에 대해 논의했지만, 기대와 달리 아직 구체적인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부모임 '국민공감' 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은 변동된 것이 별로 없다"며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문제와 지역 상품권·법인세 부분에서 진전이 없어 홀딩된 상태"라고 전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대대표와 추가 협상에 대해서는 "어제(20일) 오후에 잠시 만났지만, 현재로서는 (회동) 계획이 잡힌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그동안 639조원의 예산 중 주요 쟁점으로 꼽히는 '법인세 인하'와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등이 포함된 5억원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왔다. 여야는 현재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 2일, 정기국회 종료일인 9일, 김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 협상 시한인 15일과 마지막 데드라인으로 최후통첩을 날렸던 19일까지 총 네 번의 처리 시점을 넘긴 상황이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과세 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p' 내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김진표 국회의장은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라는 중재안을 내놨고,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번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혀 협상은 불발됐다.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안도 답보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출범 당시부터 불법적 권력기관 예산이라며 비판했지만, 정부 여당은 새로운 정부를 꾸려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맞대응했다. 이에 김 의장이 '여야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적법성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를 쓴다는 부대의견을 넣자'는 조건을 야당이 수용했지만, 반대로 국민의힘은 반발하며 거부했다.
그동안의 극렬한 대립과 달리 여야 모두 예산안 협상을 위한 소통을 지속함에 따라 오는 23일 본회의 처리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당이 국정조사 활동에 동참하면서 변수가 해소된 만큼 예산안 합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