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비에 변동비까지 올라 경영난 겪어
[매일일보 김혜나 기자] 소상공인‧자영업자가 복합경제위기부터 구인난까지 겹쳐 신음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고물가와 에너지값 상승으로 경영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에 더해 구인난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 조사 결과, 작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6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446만8000명)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다.
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9년 153만8000명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 137만2000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21년 130만7000명을 기록, 작년 136만5000명으로 반등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에 무급가족종사자를 합한 ‘비임금근로자’ 비중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급가족종사자는 임금을 받지 않고 자영업자의 사업체 등에서 일하는 가족이나 친척을 뜻한다. 자영업자가 536만2000명, 무급가족종사자가 95만5000명으로 비임금근로자는 658만8000명에 달해 전체 취업자의 23.5%로 사상 최저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한 것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은 201만580원이다.
거리두기 해제와 엔데믹 특수를 기대했지만,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매출까지는 회복하지 못 한 실정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상승으로 고정비가 증가했는데, 전기세와 가스비 등 변동비까지 올라서 어려움은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크게 줄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인력비를 절감하고자 인원을 감축한 바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및 실외마스크 해제로 인해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에 매장에선 직원이 부족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내보냈던 직원을 다시 뽑아야 하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올려 공고를 내도 구인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구인난은 특히 요식업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구직자들은 식당이나 술집이 업무 강도에 비해 시급이 낮다고 생각해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숙박·요식업 종사자는 2018년 155만1000명에서 2021년 138만명으로 3년 사이 17만1000명 감소했다. 숙박·요식업 사업체 수는 2018년 65만개에서 2021년 73만8000개로 늘어났다. 사업체가 늘어났지만, 종사자는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구인난 심화를 반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22 하반기 사업체 노동력조사’도 살펴보면, 작년 10월 1일 기준 숙박·음식점 산업의 인력 부족률은 5.3%였다. 인력 부족률은 현재 종사자에 부족 인원을 합한 전체 인원 가운데 부족 인원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전체 산업의 인력 부족률은 평균 3.4%인데, 숙박·요식업계의 구인난이 다른 업종보다 심각하다는 뜻이다.
대구광역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원재료값을 비롯해 오르지 않은 게 없는 상황에, 얼마 전 아르바이트생이 일을 그만 둔 후로 직원도 다시 못 구하고 있다”며 “최저시급 이상의 임금을 제시해도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일주일 내내 거의 혼자 일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구조적인 문제도 구인난에 기여하고 있다. 작년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8위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국내 자영업자는 563만2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08만9000명)의 20.1%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의 3.6배, 일본의 2.4배에 달하는 수치다.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의 자리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고정비 감축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보험 지원금액을 확대했다.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 후, 보험료 지원 신청을 하면 자영업자는 납부한 고용보험료의 20~50%를 최대 5년간 환급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작년 11월부터 1인 자영업자 외에 모든 자영업자에게 확대됐고, 올해 지원액은 50억원으로 전년(26억원) 보다 2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지원책과는 동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저임금 등 노동정책에 따른 고정비는 감축할 수 있지만, 기본 임금 자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 관련 법안을 다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