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이슈별 신용평가 가장 늦어…“신용평가력 우려”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의 채권 신용평가능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작년 말 한국기업평가에서는 희망퇴직자 9명을 받았다. 한기평은 김기범 대표 이후 임직원의 줄퇴사로 구조조정이 계속됐다. 과거 신용평가업계를 주름잡았던 주요 인력들도 물러난 상황이다. 실제로 작년 이슈별 신용평가 등급 책정 속도는 신평 3개사 가운데 가장 느렸다.
13일 NICE신용평가(나신평), 한국신용평가(한신평), 한기평 등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작년 이슈별 채권 신용등급 부여 시점에서 한기평은 대부분 후발주자였다. 지난해 주요 이슈는 광주화정동 붕괴사고, 일진머티어리얼즈 2조7000억원 인수 계약, LG디스플레이의 지속된 실적 부진 등이 있다.
1월 12일 광주 붕괴사고가 발생하고 신용평가사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등급을 일제히 A+↓(하향검토)로 내렸다. 하향 조정 평가 순서는 나신평(2022년 1월 24일), 한신평(1월 25일), 한기평(1월 26일) 순이었다.
작년 10월 11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실적이 급격히 떨어진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도 한기평은 후발주자로 대응했다. 나신평이 2022년 10월 11일 등급을 AA+↓로 조정하고, 한 달 뒤 한신평(11월 10일, AA+/N), 한기평(11월 17일, AA+/N) 순으로 등급 조정 입장을 밝혔다.
2021년 8월 2일 소셜 카지노게임사 스핀엑스 인수를 발표했던 넷마블의 등급 책정 시기는 1년 가까이 느렸다. 한기평은 당시 넷마블의 연결자기자본 기준 44.47%의 거금(2조5000억원)을 인수에 쏟은 넷마블의 재무상태에 대해서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 나신평이 인수 발표 이틀 뒤인 2021년 8월 4일 넷마블의 등급을 AA-↓로 변경했다. 반면 한기평은 약 11개월이 지난 2022년 6월 27일 AA-/N로 변경했다. 공교롭게도 나신평에서 다음날인 2022년 6월 28일 A+/S로 등급을 다시 매겼다. 한기평은 또다시 6개월이 지난 연말이 돼서야 나신평과 같은 등급을 책정했다.
물론 이 같은 늦장 평가로, 타사대비 나은 모습을 보인 경우는 있다. 경영난으로 허덕인 LG디스플레이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가 대표적이다. 경쟁사인 한신평은 2021년부터 최근까지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을 5번 조정했다. 2021년 3월 29일(A+/S), 2021년 8월 31일(A+/P), 2022년 6월 29일(A+/P), 2022년 8월 31일(A+/S), 2023년 1월 31일(A+/N) 등이다. 이 과정에서 한기평과 나신평은 A+/S로 등급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한기평의 인력난이 심해졌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2017년 3월 김기범 대표 체제가 출범하고 해당년도 말에 운우영 전무, 마재열 상무 등 기업평가 본부장 임원들을 내보냈다. 두 사람은 신용등급을 선도한 것으로 신용평가 시장에서 정평 나 있었다. 이후 2018년 희망퇴직을 실시, 조직 다이어트에 나섰는데, 2021년에는 IT섹터 담당 연구원이 과로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작년 말에는 실장급 3명, 실장급 전문위원 2명, 팀장급 2명을 일반 연구원으로 발령 냈다. 해당 인력들은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이와 함께 두 명의 희망퇴직자가 더 나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기평에서는 더 많은 퇴직자가 나올 수 있었다. 해당 관계자는 “9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원했지만, 한기평이 퇴직금 명목으로 쌓아 놓은 자금이 부족해 퇴직을 더 받을 수 없었다”며 “인력들의 퇴사는 내부적으로 80년대생이 평가 실장에 오르는 등 세대교체 측면에선 좋지만, 신용평가 능력은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