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마련…정무위 검토는 ‘아직’
1분기 국회 논의 계획 차질…“용두사미 될 수도”
[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신탁업계에 산들바람이었던 금융위원회 신탁업 혁신 개정안 국회 상정이 미뤄지고 있다. 계획상으로는 작년 말까지 신탁업 규제 해소를 골자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올해 1분기 중으로 국회 논의를 마쳐야 했다. 하지만 1분기를 한 달 남기고도 정무위원회 간사단에서는 신탁업 혁신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혁신안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오는 27일 제1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열린다. 올해 처음으로 금융관련 법률을 다루는 자리다. 이날 신탁업 혁신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안건에 오르지 않는다. 통상 안건은 정무위 간사단에서 논의 후 행정관들이 처리하는데, 신탁 혁신안은 아직 국회에 발조차 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 국회가 바쁜 일정 속, 금융위와 일정을 조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관계자는 “지난 1월 정무위 간사단에서 신탁업을 이슈로 스터디 한 적은 있지만 안건에 올리자는 논의까지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신탁업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수백 건의 법안에서 우선 검토 대상에 올라야 한다. 신탁업에 관심 있는 의원들의 임기가 끝나면 논의가 무산되거나 법안이 폐기될 수 있어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작년 10월 신탁업 혁신안을 내놨던 금융위 자산운용과는 “개정안은 어느 정도 나왔지만 국회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안건으로 상정 되지도 않았다.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탁업 혁신 방안은 종합재산관리와 자금조달기능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가계 재산의 운용·관리·이전 등을 유연하게 구현할 수 있는 종합재산관리 수단으로 신탁을 활용하고 있다.
준비된 자본시장법 개정 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시장 수요가 큰 채무, 담보권 등을 신탁재산에 추가한다. 고객의 재산과 상황에 맞춰 신탁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병원, 회계·세무법인 등 분야별 전문기관을 통한 비금융기관의 참여도 유도한다. 현재는 업무 위탁 시 신탁업 인가를 받아야하는데 진입요건이 까다롭다. 신탁수익증권을 제도화해 신탁의 자금조달 기능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조각투자, 주식소수점 거래 등 혁신서비스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중소‧혁신 기업의 자금조달 역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신탁 고객 보호도 추진한다. 신탁보수 규율, 종합재산신탁 규율 정비, 홍보규율 등 행위원칙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제고한다.
신탁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확대를 확신하고 있다. 신탁은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모든 고객들의 상속‧증여 기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신탁 수탁고는 1223조818억원을 기록했다. 신탁수탁고는 2019년 968조5770억원에서 2020년 1039조702억원, 2021년 1164조9616억원 등으로 해마다 몸집을 불렸다.
전 업권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감안해 신탁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신탁업 강자 하나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들의 상담 건수는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KB증권, 신영증권 등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신사업으로 신탁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가온, 트리니티, 광장, 세종 등 법무법인들도 패밀리오피스를 통한 신탁업 위탁사업을 활발히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