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국토부 등 '건설노조 불법 엄정 대응' 등 강경 입장
전문가 "너무 강력한 노조에 외국인 투자 꺼려… 걸림돌"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발본색원하겠다며 건설노조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21일 국토교통부는 법무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노조 전임비 강요, 채용 강요, 월례비 수수 등을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처벌하기로 했다. 또한 기계 장비로 현장을 점거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위법한 쟁의 행위 때는 노동조합법을 각각 적용해 즉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부당금품으로 명시하고 월례비를 받는 기사에게 면허 정지·취소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공공기관들도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달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형사 고소를 한 데 이어 이달 중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의 연속 파업 이후 불법행위에 대한 강경대응을 천명해왔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노동개역을 ‘3대 개혁과제’로 꼽으며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날 윤 대통령은 노조 불법 행위에 대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공사는 부실해지고 초등학교 개교와 신규 아파트 입주가 지연되는 등 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폭력과 불법을 알면서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재건축 현장에서 건설업계 대표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언제부터인가 건설노조 채용과 장비 사용 강요, 일 안 하는 반장과 팀장들, 전임자 급여 강요 등 건설 현장이 편법과 탈법을 넘어 무법지대가 된 지 오래됐다”며 “건설사가 공기에 쫓기다 보니 무법지대에 굴복해야 하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민간에선 전문건설협회가 회원사를 대표해 건설현장 불법행위 의심 사례 43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기준으로 1648명을 수사해 63명을 송치하고 20명을 구속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노조의 불법 행위가 외국인 투자 위축 등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외국인 투자 유입 대비 해외 투자 유출이 5배가량 많은 것은 강한 노조 집단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며 “지난해 유출된 직접투자가 유입된 것 대비 금액 기준으로 4배가 더 많은데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를 가장 꺼리는 요소가 바로 강력한 노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노조가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된 현시점에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발본색원 해야한다”며 “정당한 파업은 헌법에서도 보장하는 권리지만 불법 파업이나 지난해 있었던 물류 파업 같은 경우가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에 관해서는 “지난해 파업은 운수 노동자의 5%만 건설노조에 운송노조에 가입 돼 있는데 그 5%가 우리나라 전체 물류를 마비시킨 것”이라며 “국가 정책과 반하는 노동 파업은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 아닌 완전한 ‘정치파업’은 뽑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국가에서 1500억원 정도가 노동조합에 지급이 되는데 당연히 모든 노동단체도 국가 예산을 받으면 지급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며 “국가 예산을 썼으면 어디에 있었는지는 당연히 공개하는 것이 모든 기관에 해당되는 사항이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건설노조 활동 개선을 촉구하는 정부의 발표는 계속 있었지만 건설노조 자체를 모든 불법행위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호도한 정부는 없었다”며 “건설현장의 모든 불법행위 책임을 노동조합에 떠넘기는 정부를 규탄한다”고 지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