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銀 SVB사태에도 금리인상…한은도 물가부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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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銀 SVB사태에도 금리인상…한은도 물가부터 잡는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3.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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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근원물가 7개월 연속 4%대…"인플레 압력 여전해"
ECB 이어 연준도 긴축 시사..."한은 금리동결 어려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강행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오는 23일 금리 인상을 단행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유럽 크레디트스위스 위기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음에도 ‘인플레이션 억제’에 중점을 둔 중앙은행들의 행보는 한국은행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21일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6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오랜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며 “기조적인 물가 흐름(underlying inflation)을 나타내는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가 언급한 ‘근원물가’는 앞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거로 보인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물가 지표다. 계절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 농산물이나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따라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석유류 가격 움직임을 제외한 만큼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주변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물품을 기준으로 산출한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소비자물가도 크게 떨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ECB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근원물가가 눈에 띄게 내려가는 모습이 지표로 나타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도 근원물가 상승 흐름이 확실히 꺾이는 모습이 보여야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 위원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2월 물가지표만 보면) 근원물가가 떨어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3월 근원물가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근원물가 둔화 속도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왔다. 지난 1월의 5.2%와 비교해 0.4%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근원물가 상승률은 2월에도 4.0%를 기록하면서 7개월째 4%대에 머물렀다. 전월 대비 하락폭도 0.1%포인트에 그쳤다. 한은은 최근 근원물가 흐름을 점검하는 내용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근원물가 상승률은 2년 사이 0%대에서 4%대 초반까지 높아졌다”며 과거 물가 상승기와 비교해도 근원물가 오름세가 유독 컸다고 평가했다. 이정익 한국은행 물가동향팀장은 “근원물가는 지속성이 강해 소비자물가보다 천천히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하더라도 근원물가 둔화 속도는 이보다 느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지만, 근원물가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 상승해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5% 올랐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지난 1월(0.4%)보다 오히려 확대됐다. ECB도 향후 근원물가로 대변되는 기조적인 물가 흐름이 잡히지 않으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시사했다. 지난달 유로존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5.6%로, 전월(5.3%)보다 높아졌다.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치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근원물가 상승률이 고물가를 떠받치는 가운데 SVB 파산이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셈법도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VB발 혼란 속에서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고수한 ECB에 이어 미 연준의 행보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한은은 연준과 ECB의 금리 결정과 SVB 사태의 파급효과, 국내 경제 상황 등을 토대로 다음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거로 보인다. 박기영 금통위원은 “그동안 물가, 연준의 결정, 중국 상황 등을 갖고 금리를 결정했는데 최근 일주일 사이 5차 방정식이 7차, 8차 방정식으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났다”면서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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