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 수도권 역전세 3만2929건… 전세가율도 내리막
입주 몰린 지역 역전세 우려… “당분간 역전세난 이어질 듯”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 지속 및 전세사기 피해 후폭풍으로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역전세난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년 전 집값 급등 시기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던 물량이 올해부터 만기지만 역전세로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이 나오는 상황이다. 고금리 부담이 큰 상황에서 임대차 시장 불안으로 번지고 있다.
2일 아파트 실거래가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최근 3개월간 직전 거래 대비 전세보증금이 낮아진 역전세 계약은 3만2929건으로 집계됐다. 경기도 역전세 계약이 1만7759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서울 1만870건, 인천 4300건 등이 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에 올해 입주가 몰리면서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이 낮아진 역전세 계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감액 갱신 계약 급증의 원인으로 주택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역전세난을 꼽는다. 집주인이 동일한 조건으로 새 계약을 체결하기 힘든 상황에서 세입자와 합의해 종전 계약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재계약을 하는 차선책을 택하는 것이다.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았던 은평·강남·서초구는 그 여파로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하위 대체재인 빌라 전셋값까지 떨어져 하락 거래 비중이 컸다. 은평구는 전세 거래 81건 중 54건이 하락 거래(67%)였다. 강남구는 55건 중 34건(62%), 서초구 72건 중 43건(60%)이 하락 거래로 집계됐다. 도봉구와 양천구에서는 구축 빌라를 중심으로 하락 거래됐다.
실제로 아파트 입주가 몰린 개포동과 대치동에서는 2년 전과 비교해 보증금이 수억원씩 하락한 거래가 나오고 있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면적 59.92㎡는 지난 4월 22일 보증금 8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이는 2년 전 보증금 시게 11억원과 비교해 3억원 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 전용면적 97.35㎡은 2021년 4월 전세보증금 15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4월 6일 같은 면적이 11억원에 계약되며 전셋값이 4억5000만원 하락했다.
경기도에도 직전 거래보다 전세보증금이 낮아진 역전세 계약 사례가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화성시 반송동 ‘월드메르디앙 반도유보라’ 전용면적 59.07㎡은 지난달 15일 보증금 2억6000만원에 신규 계약됐다. 지난 2021년 4월 동일 면적 아파트가 보증금 4억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1억4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양주시 옥정동 ‘율정마을 13단지’ 전용면적 84.99㎡는 3월 25일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신규 계약됐다. 2년 전 같은 면적의 전세보증금(2억7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하락했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자료를 살펴보면 올 3월 서울 전세가율은 50.9%로 2011년 12월(50.8%)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하는 추세다. 대출 금리 인상으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가면서 집값보다 전셋값이 더 떨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실제로 KB부동산 기준으로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17% 하락하는 동안 전셋값은 1.79% 하락해 전셋값 하락 폭이 큰 상황이다. 특히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낮은 강남구는 지난달 전세가율이 41.6%로 40% 붕괴를 코앞에 두고 있다.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전세가율 하락과 역전세난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강남구엔 2월 3375가구 규모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입주를 시작했다. 또 6월에는 489가구의 대치루프지오써밋, 11월엔 6702 가구 규모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입주한다.
이번 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전세의 월세화’와 전세 사기 우려 등으로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입주 폭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영향을 받으면서 집값이 급락한 지역 위주로 역전세 발생 비율이 높았다”며 “하반기에도 전국 입주 물량이 적지 않고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경우 월세 전환 수요도 예상돼 당분간 역전세가 늘 것으로 보여 주택 매매의 변수가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