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2021년 타계한 시대의 춤꾼 고(故) 이애주 선생을 기리는 ‘나눔굿’이 선생의 기일에 맞춰 5월 10일(수) 오전 11시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이애주문화재단(이사장 유홍준, 이하 재단) 주관으로 열린다.
1984년 4월 29일 이애주는 ‘춤패 신’의 첫 번째 창작춤판 ‘나눔굿’을 국립극장 실험무대에 올렸다. 나눔굿은 불교 의식 영산재(靈山齋) 중에 공양 때 하는 의식인 식당작법(食堂作法)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이애주 선생이 재구성한 창작 춤이다. 범패(음악)와 작법(춤)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밥은 곧 생명이고 밥을 나누어 먹는다는 것은 곧 생명을 나누는 의식이기에 우리는 서로 나누어 먹으며 함께 살아야 한다는 대동의 뜻을 새기는 작품이었다. 행사의 명칭은 바로 이 나눔굿에서 빌렸다.
임진택 재단 상임이사는 "지난해에 이어 계속되는 나눔굿은 모두 함께 나누어 먹는 세상을 여는 일종의 문화적 제의로서, 한 회 한 회 쌓여 앞으로 마석 모란공원 묘역에 묻힌 민주열사 한 분 한 분을 한자리에 모시는 본격적인 문화제를 실행하기 위한 예비적 성격을 갖고 있다. 이애주 선생이 펼치고자 했던, 하지만 미처 완성을 보지 못한 나눔굿의 뜻을 이어받아 오늘의 나눔굿을 열겠다”고 말했다.
나눔굿은 풍물굿패 삶터가 모란공원 구석구석까지 흥 넘치는 풍물 소리로 망자와 산자의 일상을 깨우는 것으로 연다. 이어 시대의 아픔과 고통의 역사를 온몸에 새기고 모란공원에 잠들어 있는 민주열사, 노동자들을 나눔굿에 불러내 ‘모시’는 사단법인 한국민족춤협회의 ‘모심’ 춤 공연이 잇따르고 임진택 판소리명창은 고(故) 김지하의 노래 시 ‘빈산’ 낭송이 있다.
또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를 중심으로 끊임없는 수련과 올바른 전수를 목적으로 하며 이애주 선생의 춤과 정신을 바로 잇고 있는 이애주한국전통춤회의 ‘본살풀이’ 춤과 그간 창작판소리 ‘백범 김구’, ‘남한산성’, ‘다산 정약용’, ‘오월 광주, 윤상원가’, ‘전태일’, ‘안중근’ 등을 제작 발표하면서 창작판소리계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창작판소리연구원의 ‘먹세먹세’ 노래 공연이 공연 나눔으로 준비됐다.
다음으로는 책나눔이다. ‘승무’에 녹아있는 인간과 자연 천지 생명의 원리를 밝혀 승무에 대한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철학적 해석을 다진 책 ‘승무의 미학’(개마서원, 2022)(2022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과 고구려 춤의 구조와 춤의 미적 가치 그리고 상징 체계까지 파헤친 ‘고구려 춤 연구’(개마서원, 2022)에 이어 고 이애주 선생이 남긴 우리춤에 관한 연구글 모음집인 ‘이 땅에, 춤이란 무엇인가’(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23.5)와 ‘이애주의 춤 생각’(개마서원, 2023.5)을 이애주문화재단이 펴냈다.
이애주 명무가 남긴 우리춤의 길 ‘다시 천명, 춤의 길’
모란공원에서 춤과 풍물, 시와 노래, 책과 밥의 한 판 어울림 나눔굿판을 펼친다면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수원)에서는 5월 9일(화) 오후 7시 30분에 ‘다시 천명(天命), 춤의 길’이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고 이애주 명무가 남긴 우리 춤의 정수를 ‘승무’, ‘살풀이춤’, ‘바람맞이 태평춤’을 통해 살펴보는 기회다. 특히 그가 길을 낸 전통 민속춤의 보존과 계승을 향한 길과 이 길 위에 중첩된 우리 몸짓으로 삶의 현실을 밝히고 시대의 아픔을 춤추는 실천적 전범의 길, 더 나아가 구도자로서 걷는 ‘춤의 길’ 등 이애주 선생이 추구하던 춤 세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이애주한국전통춤회는 무대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40분에 이르는 긴 ‘승무’(완판 승무)를 예전 본모습 그대로 올리고, 이애주 선생의 해석에 따라 ‘살풀이춤’을 ‘살을 맞는다’는 수동적 의미와 그 ‘맞은 살을 적극적으로 풀고 나간다’는 능동적 의미의 양면성을 ‘한’과 ‘흥’ 두 가지 측면으로 동시에 풀어낸다.
이애주춤·장단연구회가 선보이는 ‘바람맞이 태평춤’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선두에서 수많은 죽음을 진혼했던 이애주의 한판춤 ‘바람맞이’와 선생이 ‘태평무’를 기반으로 새롭게 춤거리와 춤사위를 재구성한 ‘태평춤’을 함께 묶어 복원한 작품이다. 그리고 전통춤 사위로 우리 시대상을 담아낸 경기도무용단의 ‘제’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이애주(李愛珠, 1947. 10. 17.~2021. 5. 10.)
어린 시절 이왕직 아악부(국립국악원의 전신)의 아악수장 김보남에게서 춤을 익혔다. 서울대학교 진학 후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보유자인 벽사(碧史) 한영숙을 사사(師事)했다. 1996년 스승에 이어 2대 예능 보유자로 지정됐다. 1987년 6월 항쟁의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시대를 가르는 춤을 추어 춤의 사회적 과제를 부각했다. 이후 전통춤 정립과 후진 교육에 매진하는 한편, 민족춤의 시원을 찾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서울대 교수,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 이애주문화재단을 설립한 뒤 같은 해 5월 10일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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