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똥’ 맞은 자영업자…“진짜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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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불똥’ 맞은 자영업자…“진짜 죽을 맛”
  • 이용 기자
  • 승인 2023.05.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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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평 편의점, 한달 전기료 130만원 대로 예상
대면 시대 도래로 영업장 내 에너지 소모 증가
서울 마포구 식당가의 전력량계.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 S사 편의점주(경기 안성) “1년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여름을 앞두고 요금을 인상한단다. 가장 전기를 덜 쓰는 계절인 봄에도 이미 70만원 이상의 전기료를 내고 있는데, 여름이 되면 얼마를 더 내야 할지 짐작하기 무섭다.”

#. 중화요리 전문점(서울 서초) “배달에만 집중했던 과거와는 달리, 엔데믹 시대에는 홀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 서빙 직원도 더 뽑아야 하는데 에너지 가격까지 올랐으니 자영업자의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최저임금 증가 여파에 시달린 자영업자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에너지 가격 인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업계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전기요금 인상안이 시행되면서, 24시간 내내 에어컨을 켤 수 밖에 없는 편의점주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경기 안성의 편의점주 L씨의 편의점은 약 30평 규모다. 실내 온도 조절 장치 활용도가 낮은 봄과 가을의 전기료는 70만원대, 난방 기구를 켜는 겨울에는 80만원대 이상의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에어컨을 계속 가동하는 여름에는 무려 120만원 이상이 나온다. L씨는 요금 인상안에 따라 올 여름 전기료는 13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시간 영업 편의점의 경우, 손님이 드문 심야 시간 영업에도 에어컨을 켜야 하는 만큼 부담은 더욱 커진다. 치솟은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없이’ 점주 혼자 운영하는 매장이 늘어나면서 심야영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L씨는 “그동안 점주가 풀타임을 소화하며 인건비를 아꼈지만, 전기료가 오른 이상 적자만 나지 않을 뿐 심야영업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계약상 점주 멋대로 심야영업을 중지하면 안되지만, 과로로 인해 건강까지 악화되고 있어 상황에 따라 가끔 문을 닫는다”고 토로했다. 프랜차이즈 담당자들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눈을 감아주는 형편이다. S사 편의점 MD는 “영업주들의 고통이 뻔히 보이니 계약대로 하라고 요구하기 어렵다”며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본사의 대책이 서둘러 나와서 영업주들의 고통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월에는 모든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사라지는 엔데믹이 시작된다. 관광객과 유동 인구가 늘어나 식당가 등에서 경기 활성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가 인상으로 영업점 내 에너지 소모가 커지면서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오히려 부정적이다. 서울 충무로 레스토랑 사장 C씨는 현재 40평 기준 전기세 90만원, 수도세 20만원, 가스비 50 만원이 나왔지만, 여름엔 1.5배 이상 증가할 것을 각오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대면 시절에는 배달 수요가 압도적이라 ‘맛’으로만 승부하면 됐지만, 이젠 배달보다 방문 손님이 많아지면서 에어컨, 음향기기, 조명 등에 소모되는 요금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님이 오면 그제야 에어컨을 켜거나, 화장실 세면대에서 찬물이 나오는 식당은 외면받게 된다. 자영업자 포화 시대에 최상의 서비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만큼, 이번 에너지가 인상은 자영업자를 한 번 더 울리는 소식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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