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임대인이 책임질 수 있는 방안 마련 필요
가계 부채 폭증 우려…후순위 세입자 발생 문제
가계 부채 폭증 우려…후순위 세입자 발생 문제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불거진 역전세난이 하반기에는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 전세금반환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기재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를 포함한 전세 퇴거자금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서 선의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들었다”며 “이에 대해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역전세난이 발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HUG의 전세보증사고금액은 1조830억원이다. 약 4개월 만에 지난해 보증사고금액(1조1726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잔존 전세계약 중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5.9%(51만7000가구)에서 올해 4월 52.4%(102만6000가구)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올 하반기 이후에는 역전세난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전세 가운데 올 하반기 28.3%(29만호), 내년 상반기 30.8%(31만6000호)가 전세 기한 만료를 맞는다. 역전세는 부동산 시장 악화로 전셋값이 계약 당시보다 떨어져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태다. 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탓에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위한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DSR을 풀어 주담대 한도를 늘려주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게 된다. 최근 임대인들은 정부에 전세퇴거자금대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전국임대인연합회는 “현재 선량한 임대인들조차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해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지켜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임대인이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선순위 근저당권이 과도해져 세입자가 오히려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DSR을 완화해준 후 임대인이 파산해버리면 새로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이 떼일 우려가 더 커지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역전세 관련 대책에 대해 “특례보금자리론 제도 만들 때, 그 용도 중의 하나가 전세자금 반환 용도로도 쓸 수 있게 만들어서 실제로 2조2000억원의 대출이 나갔다”고 말했다.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 부채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세 퇴거자금 대출 규제 완화와 관련해 선순위 문제와 같은 부작용과 보완 장치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며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