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일본의 ‘싱글 이코노미’가 주목받고 있다.
7일 통계청의 ‘2022 통계로 보는 1인가구’에 따르면, 일본의 1인 가구 비율은 지난 2020년 기준 38,0%를 차지했다.
일본은 1980년 이후 본격적으로 1인 가구가 폭증해,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빠른 국가에 속한다. 1988년 전체 비중에서 1인 가구가 1위로 올라섰다. 일본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은 35.7%에 달한다. 오는 2040년 39.3%에 달할 전망이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 변화가 일본과 유사하게 흘러갈 것으로 전망해왔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고령화가 더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30.2%다. 이제 3인 가구(20.7%), 4인 가구(21.2%), 2인 가구(27.8%)를 제치고 1인 가구가 1위로 올라섰다. 1인 가구 비중 역시 2040년 37.9%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제품 역시 통상 4인 가구 중심의 대중적으로 판매되지만, 1인 가구 폭증으로 1~2인 가구 중심 경제가 변화하는 양상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1인 가구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칭하는 '싱글 이코노미'가 앞서 발달했다. 싱글 이코노미는 즉 독신 경제로 볼 수 있는데, 개개인이 합리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사용하는 만큼 고가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성향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 및 경제의 흐름을 감지하기 위해선 이미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을 참고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산업계는 물론, 각종 사회 제도의 흐름까지 1인 가구에 맞춰 크게 선회한 상태다. 일본 산업계는 독신 및 고령화 가구의 증가에 따라 노인 전용 도시락 배달 서비스, 소형가전, 소형 주거지 등 기본적인 의식주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독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로봇 친구, 시니어 다방, 고독사를 막기 위한 알림 서비스 등 이색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한국 산업계는 일본의 초기 단계인 ‘실속’ 중심 소형가전이 대세로 떠오르는 단계다. 현재 국내 기업 및 정부 정책은 늘어나는 1인 가구에 중점을 두고 관련 서비스 개발 더욱 가속화하는 추세다.
다만 일본 정부는 1인 가구의 증가가 결국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한 정책도 함께 추진 중이다. 기시다 정부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지난 3월 발표, 향후 3년간 어린이·육아 정책을 집중 추진한다고 밝혔다. △육아 관련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출산·의료비·고등교육비, 주거비 지원 강화 △맞벌이·공동육아 위한 근무방식 유연화 △지자체, 기업 등의 어린이·육아 친화적인 사회 구축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는 결국 세금에서 지출되는 복지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핵심은 1인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질은 보장하되, 가정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는 여러 정부가 잇따라 저출산 대책을 내놨음에도 실질적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으며, 정부 제도와 기업 서비스 또한 단순히 수요가 증가하는 1인 가구에 맞추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최근에 발표된 저출산 정책에 구체적인 정책 목표 및 달성시기가 제시된 경우도 있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항목도 있다. 분야별 세부계획 수립 시 이를 점검·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1인 가구를 단순히 미혼의 청년들을 생각하면 안된다. 일본 1인 가구 확대 배경에는 이혼한 중년 남녀, 생명 연장으로 인한 독거노인 등이 있어 대상층이 다양하다. 따라서 제도와 상품의 타깃이 정확히 누구인지 명확히 한 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