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도 안 먹히는 은행株…‘新관치’에 수익성 악화·외인 이탈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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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도 안 먹히는 은행株…‘新관치’에 수익성 악화·외인 이탈 ‘악순환’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3.07.0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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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 외국인도 ‘손절’...맥 못추는 금융지주 주가
증권가 "역사적 저점"...호실적·배당 확대에도 낙폭 확대
5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 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 이복현 금감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사진=연합뉴스
5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행 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 이복현 금감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4대 금융지주들이 2분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할 거란 관측이 나오지만 주가 흐름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등을 돌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이 크다.

외국인들의 투심 악화 배경엔 ‘관치금융’ 논란을 일으킨 정부와 금융당국이 있다. '상생 금융' 압박을 비롯해 '은행은 공공재'라는 발언 등 수익성을 흔들만한 이슈들이 연이어 불거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단을 불러모았다. 불과 3개월만이다. 이날 오전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은행업의 과점 체제를 지적하며 공정 경쟁 체제로 전환시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자수익으로 호실적을 거둬오던 금융지주들에겐 정부의 이같은 기조가 악재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국내 금융지주들은 올 상반기 호실적이 예고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1분기와 2분기 전망치를 합한 상반기 순이익은 9조358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에 대비 4.4% 증가한 실적이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갱신한 셈이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오히려 역주행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9일 종가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KB금융 -1.44%, 신한금융 -3.83%, 하나금융 -7.72%로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금융의 경우 0.51% 보합세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4% 상승한 것에 비하면 정반대의 흐름이다. 금융주가 전통적인 배당주의 성격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부진한 주가 흐름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 배당주는 기업이 일정 기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주식이다. 대표적인 고배당 주식은 은행, 카드, 금융지주로 구성됐다.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을 연이어 갱신한 만큼, 배당에 관한 목소리도 높다. 또한 4대 금융지주는 중간배당을 실시할 전망이다. 중간배당 기준일은 이달 28일까지로 알려졌다. 이들의 2분기 주당배당금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KB금융 510원, 신한금융 525원, 하나금융 600원, 우리금융 180원 등이다. 특히 KB금융과 신한금융은 1분기에도 주당배당금을 각각 525원, 510원을 지급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600원을 책정했고, 우리금융은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배당 확대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낙폭을 거듭 중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 영향이 컷다. 외국인은 올해 4월 이후 지난달까지 4대 금융지주 종목을 7211억원치 순매도했다. 동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5조7822억원을 사들인 것과 대조된다. 
외국인 투자자가 금융주에서 빠져나가는 이유로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은행 옥죄기 논란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도 은행의 사회공헌을 강조하면서 압박에 나섰다. 이어 이자장사 비판과 과점체제에 대한 개혁까지 돌입했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례적으로 은행 지점들을 방문하면서 상생금융에 대한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5일 출시된 청년도약계좌가 불을 지폈다. 사전 공시 시점에 기업은행을 제외한 10개 은행은 기본금리를 연 3.5%를 제시했으나 금융당국은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에 은행들은 출시 전날 확정 금리를 1% 올려 재공개했다. 은행권에서는 해당 계좌가 고금리 정책금융상품인 만큼 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에 미치는 손익 규모가 크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의 사회공헌 역할이 계속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하반기 주주환원 기대감 회복 여지 등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지켜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은행주의 견조한 실적은 유지되고 있어 지금 밸류에이션이 저점이라는 증권가 분석도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는 극단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에도 모멘텀 부재, 규제·실적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현재로선 자본력과 이익체력 측면에서 방어력이 높고 차별화된 마진 흐름을 보이는 KB금융이 가장 편안한 선택지”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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