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證, 연‧기금 올 1분기에만 4兆 줄어
업계 “손실우려…기금유치경쟁 의미없어”
업계 “손실우려…기금유치경쟁 의미없어”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NH투자증권의 투자일임 업무가 대내외적 악재로 위축됐다. 2021년 말 기준 37조원에 육박했던 투자일임 계약자산은 올해 1분기 21조원으로 줄었다. 특히 국토부에서 의뢰한 국민주택기금 위탁운용 잔고가 크게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주택청약금이 급감해 국토부 자금 출혈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투자일임계약 자산총액(평가금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0조239억원을 기록했다. ‘일임계약’이란 투자자가 증권사에 자산운용을 위탁하는 것으로 ‘랩(wrap)’으로도 불린다. NH투자증권이 공시한 전체 일임계약 자산은 2021년 말 36조9626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2022년 말 24조3971억원으로 12조원 넘게 줄었고, 올들어 석 달 만에 약 3조4000억원이 감소했다. 일임수수료 역시 올해 1분기 25억100만원으로 작년 1분기(49억6200만원)에 비해 반토막 났다. 물론 NH투자증권 랩은 여타 증권사들처럼 주식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발표한 ‘2022사업연도 투자자문·일임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증권사 일임 계약고는 올해 3월 말 109조8000억원을 기록, 작년 3월 말(146조1000억원) 대비 24.8% 급감했다. NH투자증권은 연‧기금 잔고가 줄었다. 1분기 말 기준 연‧기금과 맺은 투자일임 잔고는 7조9734억원으로 작년 말(11조9387억원) 대비 석 달 새 4조원 가량 줄었다. 정부기관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수수료 수익에도 타격을 입었다는 계산이 선다. 연‧기금 자금의 급작스런 감소는 국민주택기금(현 주택도시기금)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3기 전담운용기관으로 선정됐다. 기존에 2기 전담운용기관이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입찰할 수 있었다. 위탁사업기간은 2026년 6월 말까지로 위탁운용규모는 2021년 말 기준 평균 잔고 22조8942억원을 기록했다. 추정 보수율은 4.8bp(0.048%)로 책정했다. 보수율은 입찰 과정에서 조정됐을 수 있다. 신규 입찰에서 수수료 항목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보수율의 60%를 제시하는 게 업계 불문율이다. 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주택도시기금 운용자산이 5조원 이하로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며 “초대형 기금 유치 경쟁에 집중했지만, 주택청약금 감소로 정부 곳간이 비면서 NH투자증권과 계약한대로 잔액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기관 자금의 이탈이 증권사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들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체 관리자산(AUM)이 줄어들 경우 환매가 어려워지거나 증권사에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며 “8월 중 금감원이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감사를 통해 업계의 고충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