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문 닫자 카드사로 중금리대출 쏠려
치솟는 연체율에 카드업계도 건전성 관리 나설듯
치솟는 연체율에 카드업계도 건전성 관리 나설듯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저축은행들이 대출문을 닫으면서 카드사가 취급하는 중금리대출 규모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중금리대출의 경우 수익성 대비 리스크가 큰 상품이다. 업황 악화에 직면한 저축은행 업계가 중금리대출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 중금리대출 수요가 카드사로 쏠리는 것이다. 다만 카드업계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의 대출문턱도 머지않아 높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중금리대출 취급 규모는 1조59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분기(1조2066억원)과 비교하면 32.41%, 지난해 말(6243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카드사의 중금리대출 취급 규모는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2조원대까지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들어 카드사들의 조달금리가 크게 오르자 6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 1조2066억원으로 1개 분기 만에 1조원대로 돌아서더니, 2분기 들어서도 1조원대를 훌쩍 넘어서며 지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관련 수요가 카드사로 쏠린 영향이다. 조달금리 상승에 따라 저축은행의 이자비용이 증가하며 자산건전성도 날로 악화됐다.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은 법정최고금리가 20% 이내로 제한돼 있어 조달비용이 상승했다 하더라도 대출 금리를 올릴 수 없다. 이에 역마진 발생을 우려한 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이 전년 동기 대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그만큼 저축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카드사로 중금리대출이 쏠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드사의 업황 역시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카드사의 주요 조달수단인 여신금융전문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해 초 2.4%대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6%대까지 급등했다. 올 들어서는 점차 하락세를 보이는 듯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올 3월 말 3.951%로 떨어졌던 여전채 금리는 6월 말 4.306%로 오르더니, 이달 25일에는 4.346%까지 뛴 상황이다. 연체율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1.41%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 동기(1.01%) 대비 0.30%p(포인트) 가량 크게 뛴 수준이다.상황이 이런 만큼 업계에서도 중금리대출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 전망이 언제 다시 좋아질지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이고, 카드사 연체율 지표는 이전에 비해 증가한 상황”이라면서 “기준금리도 언제 다시 올라갈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둬야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