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윤 대통령은 왜 21세기 '분서갱유'를 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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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윤 대통령은 왜 21세기 '분서갱유'를 하려는가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3.09.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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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정경부 차장
조현정 정경부 차장
중국의 진시황제는 통일 대륙 혼란을 종식시킨다는 명분으로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파묻었다. 훗날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알려진 사건이다. 시황제는 한 번에 '분서'와 '갱유'를 하지 않고 기원전 212년과 213년, 1년에 시차를 두고 시행했다. 원인에 대한 견해는 여럿 있지만, 군현제를 실시하려는 시황제에 봉건제적 옛 질서를 옹호하며 맞선 유학자들을 땅에 묻어버렸다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 최초의 통일과 질서를 잡겠다는 이유였지만, 이를 반대하는 사상과 사상가들을 극단적으로 탄압한 셈이다. 이후 유교 사상이 천년 넘는 기간 동아시아를 지배하는 사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분서갱유는 후세 군주들에게 다양한 '언로(言路)'를 통한 직언과 충언을 들으라고 교훈을 남겼다. 작금의 민주주의 체제 관점으로 말하면 언로는 '언론'이고 여기에서 들려오는 국민들의 목소리일 것이다. 유학이나 민주주의, 백성, 국민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를 해 나가는 것은 동서고금을 꿰뚫는 정치의 기본적 원리다.
다만 언로가 막히거나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군주는 전횡을 일삼고 사상을 탄압하며 오히려 권력의 뜻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된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나치는 히틀러 정책을 찬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엽서, 포스터 및 언론을 이용했고 검열을 통해 언론을 장악했다. 일본 제국주의는 전시 동원 체제로 전환하면서 1938년 언론 통제를 위해 '일현일지(一縣一紙)' 원칙으로 언론사들을 강제 통합했다. 이제는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독재 국가 일부나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언론을 장악하고 통제한다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국가에서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뉴스는 보기 힘들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민주주의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아직도 '언론 장악'이라는 단어를 너무나 쉽게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민주주의의 한 축인 언론이 권력에 가볍게 흔들리고 위태롭다는 방증이다. 역대 정부가 언론과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이 있어 온 것은 사실이다.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야당의 비판이 없었던 정부가 없을 정도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이후에는 언론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시도를 계속 해왔다. 물론 언론이 정치를 지향할 수 있고 정치가 언론과 동행할 수 있다. 다만 그 지향과 동행이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경우에만 민주적 기본 질서에 부합하는 지향과 동행일 것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언론 장악'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실제 언론 장악을 하려는지 그 내심의 의사는 알 수 없지만, 전력에 비춰 볼 때 국민 삶을 위한 것이 아닌 언론의 정치 종속화, 언론의 정치 지향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비판적인 사상을 태워버리고 언론을 묻어버리는 '분사갱언'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를 핵심으로 하는 자유주의와 함께 발전한다. 대통령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것이 '자유' 아니던가. 대통령은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야당과 언론을 대상으로 싸우겠다고 공언할 게 아니라, 야당 대표를 만나고 따가운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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