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착한 기업', 주주 가치 해친다"…거세지는 ESG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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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착한 기업', 주주 가치 해친다"…거세지는 ESG 회의론
  • 박규빈 기자
  • 승인 2023.09.03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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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조사서 66.3% "효과 의심스럽지만 착한 기업 이미지 원해"
'ESG 전도사' 블랙록, 석유 기업 지분 유지…탄소 중립 반대 의사도
항공업계, 단가 높은 SAF 도입량 늘릴 수록 영업이익률 하락 가능성
ESG 경영이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기업 존재의 이유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삼정KPMG 제공
ESG 경영이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기업 존재의 이유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진=삼정KPMG 제공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환경·사회·지배 구조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는 소위 'ESG'가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존재 이유인 이윤 창출에 대한 능력과 가치 하락의 원인이 된다는 비판에 따라 ESG의 본질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ESG 준비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매출 500대 기업 중 66.3%는 ESG 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를 필요로 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기업 이미지 제고(43.2%) △국내외 수익 직결(20.8%) △ESG 규제 부담(18.0%) △개인‧기관 등 투자자 관리 차원(15.3%) 순으로 답변했다. 그러나 ESG 도입에 따른 매출액 증감 전망치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차이 없다'는 응답이 33.7%로 가장 많았다.

이를 종합하면 'ESG의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만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가져야 투자를 끌어내기 용이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세계적으로는 ESG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2020년 ESG를 투자의 기준으로 삼겠다며 화석 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석유 가격이 폭등하자 과도한 탄소 중립 정책이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ESG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꿨다.

블랙록은 글로벌 석유 메이저 기업 엑손 모빌의 주요 주주다. 지난해 엑손모빌 주주들 중 절반 이상이 급속한 탄소 중립 전환이 회사 재무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에 동의했고, 블랙록 역시 찬성표를 던졌다.

투자회사는 기본적으로 자본의 흐름을 좇는 집단이다. 그런 만큼 블랙록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ESG에 집착하다 기업의 존폐가 갈릴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신고전 이론에 의하면 ESG 활동은 재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기업의 ESG 활동과 자율 공시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 연구(김영환·허정하·송동엽)에 따르면 ESG 활동이 양호할수록 초과 수익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업의 ESG 등급은 자율 공시 수준에 유의미한 음(-)의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는 탄소 중립으로 대표되는 ESG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고효율 항공기와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 Sustainable Aviation Fuel)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생활 폐기물·동식물성 기름·해조류 등을 섞어 만든 친환경 항공유를 의미한다. 대한항공은 프랑스 항공 당국의 규제에 따라 파리-인천 노선에 대해 SAF 비중을 높여가고 있지만 기존 화석 연료 대비 높은 SAF 제조 단가에 따른 비용 증가를 호소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8차 한불클럽·불한클럽 공동 회의석상에서 "국내선 노선에 SAF 급유 실험을 진행한 결과 기존 화석 연료 대비 비용이 8배가 들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영업 비용 중 유류비가 30~40%를 차지한다. 이런 가운데 ESG에 입각한 SAF 도입 비중이 커질 경우 영업이익률 하락은 명약관화하다는 지적이다.

ESG 자체가 거대한 환경 이데올로기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현대자동차는 전력 100%를 재생 에너지로 생산하는 RE100 가입 승인 2주 후 액화 천연 가스(LNG) 발전소 건립을 발표했지만 환경 단체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ESG와 RE100가 LNG를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LNG는 친환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SK그룹 계열사 SK E&S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SK E&S는 RE100 회원사로, 세계 최고 수준의 CCS 기술을 확보해 가스전 개발부터 LNG 발전 사업에 이르는 LNG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친환경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표방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환경 제일주의를 외치는 ESG나 RE100은 현실성 없는 제도라는 비판에 직면해있는 만큼 탄소 중립 관련 정책의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규제 당국은 ESG 정보 공시나 투자를 강제하기보다는 기업·투자자의 자발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인프라를 정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정부·기업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ESG 활동을 제고하기 위한 대외적인 소통과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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